지난 글에서 나는 필사를 통해 얻은 10가지 변화를 제법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어쩌면 그 글 속의 나는 긴 어둠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온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분이 공감하고 응원해 주신 덕분에 참 행복하고 감사했다.
하지만 열 번째 글을 쓰는 지금, 조금 더 솔직한 고백을 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고 없이 찾아오는 무너짐에 대한 이야기다.
며칠 전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침을 먹고 습관처럼 책상 앞에 앉았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와 별다를 것 없는 평온한 하루였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턱 막혀왔다. 책을 폈지만, 까만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일 뿐, 문장이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덜컥,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이 나를 덮쳤다.
'읽고 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던 그 굳건한 믿음이 힘을 잃는 순간이었다. 억지로 펜을 쥐었지만 손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당장이라도 침대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도망치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내가 찾아낸 나만의 '응급처치'는 바로 **'소리 내어 읽기'**다. 눈으로만 읽히지 않을 땐 입을 연다. 오디오북을 틀어두거나, 내 목소리로 문장을 또박또박 발음해 본다. 신기하게도 내 귀에 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글자가 다시 살아서 들어온다.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차분하게 제 자리를 찾는다. 그제야 나는 다시 펜을 들고 문장을 적을 수 있었다.
나는 분명 변화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치유되었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길을 가다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리고, 글을 써서 먹고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순간순간 미래가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전과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 무너질 때, 예전처럼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이제 나는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을 안다. 무기력과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갉아먹도록 더 이상 내버려 두지 않는다.
예전의 나라면 뒷걸음질 치는 나 자신을 탓하며 더 깊은 굴을 파고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무너짐조차 결국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잠시 숨을 고르고, 아주 느린 속도라도 좋으니 다시 소리 내어 읽고, 펜을 잡으면 된다는 것을 믿으니까.
오늘도 나와 같은 하루를 보냈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 오늘 잠시 무너졌다고 해서 당신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그저 마음의 날씨가 좀 흐린가 보다 생각하자.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달콤한 조각 케이크 하나로 먹구름을 잠시 걷어내면 그만이다. 그렇게 다시,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