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인생의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시기

by 온마음


2022년은 내 인생에서 두 번째 시작 같은

느낌이었다. 마흔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흔도 되고, 여러 번의 시도를 하고 있지만

배에 찌르는 주사 개수만 늘어날 뿐 시험관은

도무지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 방황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던 그때,

'마흔에 읽는 니체'를 만났다.


아이를 기다리며 배에 찌르던 주삿바늘은 사실

내 영혼에 던지는 질문 같은 거였다.

"나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길을 가고 있을까?"

라는 질문의 끝에서 니체는 내게 다정하게 속삭이는

대신 단단한 문장을 던져주었다.


KakaoTalk_20260203_213114996.jpg?type=w1 '마흔에 읽는 니체' 중에서


이때 불운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게 찾아온 이 지독한 기다림조차 나는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니체의 문장을

곱씹고 또 곱씹었던 날들이었다.


니체를 씹어 먹으며 발견한 나


회사를 퇴직하고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하다 보니

사회복지 과장도, 사회복지사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오로지 나로서의 나를 보게 되었다.


물론 남편은 매일 주사를 맞는 나를 격려하고

좋은 음식을 챙겨주고, 감정적으로 나를 케어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해 주었다. 그렇지만 결국 주사를 맞고

몸을 관리하고 날짜에 맞춰 병원에 방문해 채혈을

하고 채취를 하는 건 내 몫이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어야 한다지만 주사를 맞는

그 기간에도, 이식을 하고 난 다음에도 늘 조급하고

불안했다. 그때 떠오른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가수 김연자 님의 '아모르파티'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 '아모르파티'라는 단어가

니체의 핵심 개념인 줄 몰랐다. 나에게

'아모르파티'는 어르신들과의 수업 시간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 보자고 박수 치며 외치는

트로트의 제목일 뿐이었다. (그땐 너무 무지했다.)


니체에 관심을 갖고 이 '아모르파티'라는 개념이

니체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니체라는

철학자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니체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니 그도 참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 지금의 시대에서 그는 유명한

철학자이나 그때 당시의 그는 평생 심한 두통과

위장병에 시달렸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거절

당했으며, 교수직도 일찍 그만두고 외롭게 떠돌며

글을 썼다. 그게 그 당시의 니체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웠기에 그 고통까지

사랑해버린 게 아닐까? 그런 발상으로 인해

결국 유명한 철학자가 된 것은 아닐까?


어쩌면 긴 시험관의 과정들은 바로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의 시험대였을지도 모르겠다.


시험관을 그만두었을 때도 이 관점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니체를 알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책이라는 것이 그렇다. 이토록 사람의 인생을

잔잔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영양제 같은 거였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이 세 단계를 거쳐 변화한다고

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묵묵히 걷는 '낙타',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사자',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유희처럼 즐기며 창조하는 '어린아이'가 바로

그것이다.


사회복지사로 성공하고자 일에 몰두하고, 아이를

갖고자 아픔을 참아가며 그 과정을 견딘 그 시간의

나는 무거운 짐을 지고 묵묵히 걷는 낙타였다.

결국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던 나는 마흔의 초입,

내 삶의 불운에 저항하며 '왜 나만 안되는 걸까'라고

외치던 사자의 시간을 지났다.


이제 니체가 말한 마지막 단계,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살아보려 한다. 더 이상 사회복지 과장이

아닌 것, 시험관을 그만둔 것 이 두 가지의 결과가

내 인생의 성적표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난

내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책과 펜을

손에 쥐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 고통의 시간 덕분에 나는 책과

글쓰기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내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사랑하고 있다. 문장의 향기가

배어든 내 삶은 이제야 비로소 삶의 '파티'가 시작된게

아닐까 싶다.


아모르파티(Amor Fati)!!

나의 운명을 사랑하라.


나는 오늘도 이 문장을 마음에 품고 읽고 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계속해서 나만의 글을 쓰고

나만의 인생에서 춤추며 나아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아포르파티를 연습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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