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와 쓰기, 그 위대함에 대하여.

by 온마음


시대가 많이 변했다. 이제 40대 초반이 된 나도 이렇게 느끼는데 어른들은 얼마나 더 변화를 몸소 느끼고 계실까.


오늘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90년대 지하철 풍경으로 데려다주었다. 그곳엔 지금은 보기 힘든 낯설고도 반가운 풍경이 있었다.


요즘 지하철에서는 종이책을 펼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저마다 손에 든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언가에 몰입해있다. 물론 그중에는 나처럼 전자책을 읽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출퇴근 길의 복잡한 인파 속에서 서 있는 채로 종이책을 펼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책 읽는 사람이 귀해진 요즘의 현실은 조금 아쉽다. 그래서일까. 영상 속 90년 대 지하철 풍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승객의 절반 가까이가 종이책을 펼쳐 보고 있는 모습. '아 예전엔 저랬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마음을 감쌌다.


책스타그램, 도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 역시도 큰 아픔을 겪기 전까지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인생의 슬픔을 만나 책을 읽으며 심폐소생술을 하기까지 말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던 그 시절 무너진 마음을 세워준 것은 책 속의 한 줄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 외에도 필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그 문장을 직접 손으로 쓰며 한 번 더 생각을 해본다. 문장에 담긴 뜻을. 나에게 필사가 좋은 점은 펜으로 종이에 쓸 때 들려오는 사각사각 소리, 연필이 닿는 부분이 점점 아파지는 통증에서 느껴지는 기쁨까지. 필사는 결국 머리로 하는 독서를 넘어 온몸으로 하는 기도 같은 느낌을 준다.


위대한 작가분들의 문장을 내 손으로 직접 써내려 갈 때 그들이 고민하고 사유하던 그 뇌 구조가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 그래서 좋다.


그저 내 안에 갇혀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지난 날의 내 모습을 벗어나 내 자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필사는 깊은 사유를 통해 내 마음에 울림을 준다.


책을 읽으면 정보를 내 머릿속에 심는 거지만 필사를 하면 작가의 고백을 내 마음에 새기는 행위가 된다. 결국 그 문장은 내 것이 되는 것이다.


타인의 문장을 똑같이 옮겨 적는데도 유독 손이 떨리고 마음이 머무는 문장들이 있다. 그 지점이 바로 나의 갈망이자 결핍이 드러나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갈망하던 삶, 나도 느낀 작가의 결핍... 작가의 그 두 가지가 나의 것과 연합하여 섞이는 그 기분... 책을 읽고 필사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이다.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흩어지는 마음을 종이 위에 모으는 수행이자 기도라는 느낌은 이제 익숙하게 내 마음에 머문다.



오늘 내가 옮겨 적은 한 문장이 결국 내일의 나를 만드는 수단이 될 것이다.



하루 한 뼘씩만 성장해도 나는 어느새 100m, 200m를 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매일 꾸준히 성장해 보려고 한다.


읽기와 쓰기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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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 오늘의 독서 분량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필사해 보았다. 문장을 필사하는 그 순간 내 마음에 콕 박혀서 스르르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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