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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개 Jul 26. 2021

썩은강낭콩 자루

콩은못 건졌지만...

올해 처음 베란다 텃밭에 강낭콩을 심었다. 

이런저런 조건이 맞지 않았는지 비루하게 조금 자라다 말았다. 


악조건 속에서도 기어코 꽃 하나 맺어 강낭콩 자루 하나 결실을 맺었다. 세 알. 그나마 두 알은 쭉정이고 한 알만 튼실해 보였다. 하나 심어서 하나 건졌다. 이 정도만 하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익어야 딸 수 있을지 몰라 한참을 내버려 두었다.

하루 이틀. 분명 괜찮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살펴보니 콩자루가 문드러지고 있었다. 

이미 영양분 가득 받아 결실을 맺었는데 수확하질 않으니 과습에 물렀나 보다.


결국 심었던 강낭콩은 나의 안일함으로 인하여 하나의 결실도 거두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렇다고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강낭콩에겐 미안하지만 나에겐 아무 소용없는 일은 아니었다.


물론 강낭콩을 파종할 시기는 지났다. 때가 지나버렸다.

아쉬움은 뒤로한 채 새로운 작물을 심던지 강낭콩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이미 썩어버린 강낭콩 자루만 마음에 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동안의 수고를 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겠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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