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
나의 모든 생각들의 원천.
그로부터 시작하고 그로 끝나는 나의 수많은 감각들.
내가 나 자신을 아무리 포용하려 해도 다독여주려 해도 정신은 아득히 먼, 언젠가 우리가 함께 올려다보았던 밤하늘 높게 떠 있는 저 둥근달 너머로.
추억을 붙잡고, 새삼 시간의 유동성에 감사한다.
만약 우리의 헤어짐이 존재했던 그 찰나에 미련으로 똘똘 뭉쳐진 시간이 계속 그 자리를 고집하여 머물러 있었다면. 세월이 흘러 흘러 서로에 대한 자연스러운 용서도 매번 잔잔히 다가오는 참을 수 없는 그리움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 테니.
언젠가 우리가 돌고 돌아 언제 어디서든 서로 다시 알아보고 마음이 동하여 한 번 더 사랑할 수 있을 지도라는 만약이라는 희망을 가지지도 못 했을 테니.
종이 한 장이 반으로 찢어져 끝없는 하늘로 날려, 공중에서 바람 흩날리는 대로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우리가 떨어져 있는 하루하루가 늘어나는 게 구슬프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야 한다.
인연이라 아직도 믿고 있는 날 위해. 언젠가 반드시 그 따듯한 손 맞잡는 날이 올 거라 희망하는 날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