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나만에
저 위로 고개를 들어 해를 바라본다.
순간, 쏟아지는 저 강렬한 빛에 눈이 부셔 그대로 눈꺼풀을 감아버린다. 도저히 다시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잠시 후, 해 앞에 푸르스름한 구름이 나타난다.
일순, 구름 뒤에 가려진 저 해를 쳐다볼 용기가 생긴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구름을 앞 세워 뒤에 있는 해와 마주하였다.
너의 헛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을 때.
마냥 우러러만 보던 모를 거리감은 한순간에 좁혀지고, 네가 나와 같아진다는 묘한 희열감과 기대감에 난 널 더 사랑하게 되고 계속 바라보기 위해 너의 단점이라는 구름을 통해 너를 보게 되었다.
넌 그냥 해였다. 수많은 빛 나는 사람들 중, 수많은 찬란한 해 중의 하나.
그렇지만, 그렇지만 내가 그토록 올려다보고 싶었던 나만에 해.
가려진 무언가를 통해 너를 보던 난 완연한 눈동자로 너의 본질을, 너의 진심을 알기에는 당연하게도 불가능했다. 간신히 올려다볼 수 있을 정도의 가늠으로 한 껏 저 해를 쳐다보다 이내 스스로 지쳐 고개를 떨군다.
넌 그 자리에서 너만의 찬란한 빛을 냈을 뿐.
동경 어린 나의 어두운 시선은 너의 헛 점만을 찾아내고 널 끌어내리다 이내 단념과 함께 눈을 감는다.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구름은 내가 다시 거둬갈 테니, 나만에 해였던 너는 다시 본연의 빛을 내며 부디 잘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