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또 오를 것이다.
셀 수 없이
무수히 많이도 걸어온
그 오르막길의 끝을
나는 줄곧 찾고 있었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에도
숨을 고를 틈 없이
그저 위를 향해 발을 옮겼다.
때로는 가시밭길을 건너며
살갗이 찢기고
피가 배어 나와도
멈출 수 없었다.
아프다는 감각조차
지나쳐야 할 풍경처럼
애써 외면하며
나는 또, 올라야 했다.
때로는 거센 물살 앞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흠뻑 젖어버려도
숨이 막혀 눈을 질끈 감아도
나는 또, 올라야 했다.
뒤돌아보는 법을
그땐 알지 못했다.
지쳐버린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었고,
내게 건네진 손길을
구원의 신호처럼 붙잡았다.
그 손이 나를 끌어올려 줄거라
잠시 믿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잔뜩 쌓여 있는 벽돌들 앞에
가로막히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오르던 이 길의 끝은
여기까지였다는 걸.
그 끝에는
기대하던 달콤함도,
향기로운 꽃밭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걸.
나는 힘껏 벽을 두드렸고,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무너뜨리려 애썼다.
부서질 것 같던 건
벽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는데도.
내게 내밀어졌던 손길을
억지로 잡아끌어 보기도 하고,
내가 기대었던 그 품을
다시 데려와 보려 애써도
끝내 남은 건
나 혼자 서 있는
차가운 벽 앞의 그림자였다.
견고한 그 벽 앞에서
포기는 찰나처럼 스쳤다.
아주 잠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졌을 뿐이었다.
나는 돌고 돌아
다시 다른 오르막 앞에 선다.
이번 길은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나를 잃지 않으며
걸어가려 한다.
어딘가엔 있겠지.
나에게도
마침내 숨 돌릴 수 있는 꽃밭이.
분명히 있겠지.
조금은 덜 아픈,
조금은 더 단단해진
빛나는 내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