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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오프조이 Jul 15. 2019

#침잠의 시간, 화계사 템플스테이

10년 지기들과 다녀온 화계사 템플스테이

침잠 (沈潛, 명사)  
1.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게 물속 깊숙이 가라앉거나 숨음.
2. 마음을 가라앉혀서 깊이 생각하거나 몰입함. 자기 침잠의 세계
3.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도록 성정이 깊고 차분함.


19.07.13 ~ 14 (1박 2일, 화계사 템플스테이)

우리에게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침잠의 시간이 필요했다.


2개월 전, 10년 지기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등록했던 '화계사 템플스테이'가 눈앞으로 다가왔고, 결론적으로는 호경 스님과 수암스님의 말씀으로 우리에게는 아주 잠시 평화가 찾아온 듯하다.


2017 겨울, 화계사 새해맞이 템플스테이를 신청해서 다녀온 적이 있던 터라 이미 직장인인 친구들에게 함께 다녀오자고 권했던 것은 나였다. 매일 지쳐가고, 시끄러운 소음 가운데 '침잠' 시간이 필요했던 우리였기에. 간단하게 프로그램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이 있다. 주말에는 '휴식형 프로그램' 운영하지 않아, 정말 울며 겨자 먹기로 '체험형 템플스테이' 신청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새벽예불을 드리는 시간이 휴일에 늦잠을 자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다소 힘든 일정이었다. 프로그램을 마친 뒤, 친구들은 덕분에 하루가 긴- 일요일을 보내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새벽에 예불, 명상, 참선을 드리는 프로그램은 체력적으로 피곤하고 힘든 일정이었지만, '침잠'하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템플스테이의 시간들 1 /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의 불경을 읊고, 108개의 염주를 꿰던 시간들- )



그 외에도 타종 체험, 108배 체험, 소원지 쓰기, 염주 만들기 등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소금 만다라> 시간에는 미처 우리가 돌보지 못했던 우리의 자아와 만나는 시간이었다. 나를 보듬지 못한 시간들에 대해 반성하고, 소금 만다라를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시간이었다. 한 친구는 소금 만다라를 우리에게 설명해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고, 우리는 그 친구의 마음을 알 것 같기에 그저 등을 토닥여주었다. '타인을 위해 참고 살았고, 정작 자신의 마음에는 무심했다'는 친구의 마음을 토닥여 주고 싶었다.


소금 만다라란, 그림 위에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는 색상의 소금을 올린 뒤 그 소금을 다 섞어버리고 버려버리는 수행으로 '모든 것은 소멸하며 영원한 것은 없다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배운다.

(템플스테이의 시간들2 / Only don't know (오직 모를 뿐) , 소금 만다라 시간, 소원지 작성하는 시간)


그 가운데에서도 '수암스님과의 차담'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녹차와 함께 노스님께 질문하고 잠시나마 혜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템플스테이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다. 수암스님의 좋은 말씀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도 좋은 말씀이 자칫 쉬이 잊히는 게 아쉬움이 첫 번째였다면, 두 번째는 현실을 살아갈 때 잠시나마 꺼내어 읽어보고 다시 힘을 얻고자 함이었다.  (아래는 참가자들의 질문과 수암스님의 답변을 엮어 Q&A식으로 재구성해본 내용이다. )


Q. 마음 뜻대로 되지 않는 '다른 사람의 마음'은 어찌할 수 있을까요?

A. 타인의 마음을 기대하지도 말라. 포기하면 마음이 편하다. 내 할 도리만 제대로 하고 포기하면 내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찌하려고 하는 마음도 '작은 독재'의 일부 일 터. 타인의 마음을 바꾸려 애쓰지 말고, 내 마음이라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Q.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A. 불교적 삶을 산다는 것이다. 힘이 나약하고 좌절하고, 에너지가 부족할 때 보충하러 절에 가는 겁니다. 불교적 좌표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불교를 믿는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용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용서란, 내 마음이 힘드니까 용서하고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용서가 모든 일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용서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분노와 화'로 본인을 괴롭히지 말라.


Q. 이별 후에 힘든 마음은 어찌해야 하나요.

A. 이별에서의 가장 큰 재앙은 잊히는 것. 놓아주고, 잊어버리라.


Q. 108배는 어떤 의미인가요?

A. 본인이 만들어놓은 생각의 틀을 부셔야 할 사람, 입이 험한 사람, 몸을 험하게 도구로 쓰는 사람 등에게 수행법으로 108배가 있을 수 있고, 몸으로 행하는 그릇된 행동을 고치려는 자세. 그리고 몸으로 지은 업을 개선하기 위하여 움직이면서도 가장 성스러운 '절'이라는 형태로 108배를 하는 것이다.


Q. 결혼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적당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된다. 세상에는 이상적인 배우자란 없다. 다만 이상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상대방도 노력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된다.    

   

(템플스테이의 시간들3 / 화계사의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소원지들)


호경 스님과 수암스님의 좋은 말씀을 아로새겨, 현실에서도 묵묵히 내 주어진 일을 해내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데에 아주 좋은 '침잠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템플스테이'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추천하는 글은 아니지만, 소음으로 둘러싸여 조용한 '침잠의 시간'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템플스테이는 https://www.templestay.com/ 을 통해 진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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