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이 짜치네요"라는 한마디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프리랜서 마케터가 명함을 네 번 바꾸며 배운 것

by 온오프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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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를 시작한 첫 해.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어떻게 고객을 만나야 할지, 어떤 문장을 써야 설득력 있게 나를 어필할 수 있을지. 내 서비스가 그들에게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도 서툴렀다.


그때 처음 만든 명함은 지금 내가 생각해도 정말 '찌라시'같았다.


"이런 마케팅해드립니다."

"SNS 운영, 블로그 컨설팅, 키워드 광고..."

할 수 있는 건 다 적었다. 소상공인을 상대로 만든 명함이라 최대한 친절하고 설명이 풍부하게 하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정보만 가득하고 마케터로서의 정체성은 전무했던 명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육업계의 경력자 세 분을 모시고 블로그 컨설팅을 하게 되었다. 긴장은 많이 됐지만 준비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기대감에 컨설팅을 하러 나섰다. 내가 만든 명함을 조심스럽게 건넸고, 그중 한 분이 말했다.


"명함이 너무 짜치시네요."

"브랜딩을 하신다는 분이 명함이 이렇게 짜치면 안 되지 않나요?"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고 말문이 막혔는데, 그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짜치다'라는 말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찌그러트릴 수 있나. 그날 처음 알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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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도 생각나고, 일을 하다가도 생각나고, 그 말이 자꾸 맴돌았다. "짜치네요..."


내가 만든 명함이, 내가 나를 설명하려고 애썼던 흔적들이 그들의 눈에는 짜쳐보이고, 어리숙해 보였다는 거였겠지. 그 후로 명함을 내미는 순간에 위축되었다. 내가 명함도 제대로 못 만드는 사람인데, 야생이라는 프리랜서 시장에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졌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그 시기에 어쩌면 그것은 '성장통'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돌이켜보면서 생각한다.




프리랜서 마케터가 명함을 네 번 바꾸며 배운 것

프리랜서 마케터가 명함을 네 번 바꾸며 배운 것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나는 100장이나 남은 명함이 아까웠지만, 다시 명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100장에 2만 원밖에 안 하는데, '짜친다'는 말을 듣고 쫄아서 아무것도 못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담고 싶었다. '서비스 설명'만 가득 담은 찌라시가 아니라, '나에 대한 궁금증'을 담은 명함으로 만들어내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일보다는 나라는 사람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쪽으로 디자인을 변경했다.


그 뒤에도 명함을 세 번 더 바꿨다. 내가 하는 프로젝트를 업데이트한 노션 큐알도 넣고, 로고도 바꾸고. 브랜드 컬러도 조금씩 생겨났다. 비록 나의 첫 번째 명함은 '짜치다'라는 표현으로 나를 주눅 들게 했지만, 결국 명함도 나를 브랜딩 하는 일이었고, '브랜딩'은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계속해서 수정하고, 나에게 맞게 방향을 조정해 가는 것이 결국 브랜딩이라는 것을 나의 '짜치는 명함'을 통해 배웠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세요?"


이제는 나의 명함을 보고 사람들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나는 나에 대해 말할 기회를 얻는다. 나를 보여주는 첫인상이고,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에게는 건네는 작은 소개서가 된 것이다. 앞으로 나의 명함은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와 스토리가 변화했듯이 꾸준하게 명함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그날, "짜치네요"라는 말을 듣고 쥐구멍에 숨고 싶었지만, 결국 그 말 덕분에 나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나의 그 찌질함이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프리랜서를 막 시작한 당신에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다. 처음 만든 결과물이 나처럼 부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시간을 지나오니까, 찌질해도 조금 짜쳐도 '괜찮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중요한 건 그 짜치는 순간에 머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조금씩 명함을 고치듯, 지우고 다시 써보고 나를 더 잘 표현하는 방법도 찾아가면 된다.



그게 프리랜서의 성장이고, 나라는 사람의 브랜딩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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