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와 오프라인 종말론에 대하여
나에게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가 있다.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 함께 댄스 동아리를 만들어 전교에 팝핀과 비보잉을 유행시켰고, 군대 전역 후에는 스파르탄 레이스와 보디빌딩 대회까지 함께 준비했을 만큼 운동을 좋아한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며 우리가 다니던 헬스장을 포함해 모든 실내 체육시설이 폐쇄됐다.
이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졌다.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헬스장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에 친구와 나는 각자의 집에 간단한 홈짐을 꾸렸다. 그리고 영상통화로 각자의 운동 기구를 자랑하며 집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로 3주 정도 지났을까? 친구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는 어이없이 나오는 웃음과 심각함이 반씩 섞어있었다.
친구 : "야, 나 운동기구 다 사놓고 이번 주에 운동 한 번도 안 했어... 너는 운동 잘하고 있냐?"
나 : "음... 첫 주에는 원래 하던 루틴대로 잘했는데 그다음 주부터는 나도 엉망이야...ㅋ"
동기부여는 물리적/심리적 환경 요소에 달렸다.
핑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막상 홈짐을 꾸려 놓고 나니 집에서는 운동 의지를 방해하는 요소가 생각보다 많아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기 힘들었다. (근손실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만 받을 뿐,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특히, 퇴근 후에 저녁을 먹고 나면 밀려오는 피로감은 가장 방해 요소 중 하나였는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는 퇴근 후 아무리 피곤해도 막상 헬스장에 도착하면 언제 피곤했냐는 듯 쌩쌩해지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 집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가끔 봤었던 '운동 기구를 샀는데 지금은 빨래 건조대로 잘 사용하고 있다'는 후기가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간다.
나는 실내 체육시설 집합 금지가 풀리자마자 바로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오프라인 종말론'에 대하여 너무 큰 두려움을 갖지 말자.
2020년에 가장 많이 들었던 키워드 중 하나는 '비대면/언택트'다. 오프라인 매출은 급감하고 온라인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 관련 종사자들은 '오프라인 종말'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공존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다만, 오프라인 종말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설렘을 가지고 변화의 흐름을 맞이해야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 또는 집단과 동일시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지고 있다. 때때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한 공간에 모여 뜻을 함께 하는 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모티베이션을 준다.
체육관에 모여 운동 목표를 정해놓고 다 같이 그룹 운동을 하는 이유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얼굴을 보면서 수업을 하는 이유
공연장에서 가수의 팬들이 다 같이 떼창을 부르는 이유
비슷한 취미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동호회를 만드는 이유
특정한 공간과 사람이 주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유튜브가 생겼어도 TV가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TV에 출연하던 연예인들이 유튜브에 출연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TV에 출연하는 것처럼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공존하며 융합을 통해 더욱 발전해나갈 것이다.
오프라인 종말에 대하여 쓸데없이 너무 큰 두려움은 가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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