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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수염

행운을 가져다줘요

by 모지 Mar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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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랗고 뻣뻣한 하얀 수염

고양이가 신사의 이미지를 가지는 건 어쩌면 이 수염 때문인지도 모른다.      

만화 속에서도 기다랗게 두 가닥 정도로 표현되곤 하는 고양이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고양이의 보은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둥이 부분에 모낭이 진하게 있고

그곳에서 아주 길고 멋진 수염들이 나 있다.

냥명사진

이 수염은 다른 털에 비해 뿌리가 깊이 자리해 있으며 털 이상으로 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감각 기관이다.

실제로 처음 봤던 고양이의 수염은 내 생각보다 길었고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절대 잘라서도 안되고 함부로 건드려서도 안 되는 곳이다.

고양이에게 중요한 공간을 감지하는 기능과 평형감각을 담당하고 있으며,

가까운 곳을 보는 데 약한 고양이에게는 수염이 시각을 대신하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신체의 한 부분이다.      


햇빛을 쬐며 쉬고 있을 때 고양이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긴 수염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온몸의 털도 빛을 받아 밝아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치 고양이에게서 빛이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었다.

뿔처럼 솟아있는 눈썹 쪽의 수염을 보며 사슴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모습으로 앉아있는 고요한 장면은,

내게 조용하면서도 충만한 기운을 가져다주곤 했다.      



고양이는 수염이 난 주둥이부터 얼굴 바깥쪽으로 마사지를 해주면 좋아한다.

콧잔등부터 이마까지를 살살 긁어주고, 수염의 방향대로 마사지해 주면

눈이 절로 감기는 고양이가 가르랑 거린다.

고양이 세수 정도로 본인의 얼굴을 그루밍하지만 직접 혀로 닦을 수 없는 얼굴 부위를

만져주면 시원한지 잔뜩 좋아한다.      



겨울에 침대에서 고양이수염을 하나 주웠다.

고양이수염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도 한다.

이전에는 주운 적이 없었는데 우연히 하얗고 긴 털을 보고는 놀랐다.

바로 수염인 줄 알아채지 못하고 이 털의 출처가 무엇인고..

내 고양이에게 이렇게 긴 털이 있진 않았는데..

아리송했다가 짝꿍에게 물어보고야 알았다.

이제껏 처음 봤냐며 웃기까지 했다.

고이 주워서 읽던 책에 끼웠다.


존재 자체가 이미 내 인생의 행운이지만,

어쩌면 내가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여 보관한다.

우리가 되도록 아주 오래오래 함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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