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흘러온 하루] 고단함도 이 밤이 다 말려줄거에요

오늘은 마음을 물에 담궈둡니다

by 온류


빨래를 돌린다.
종일 묵직했던 하루가
탈탈 벗어져 나가는 기분이다.


한여름의 땀 냄새,
몸에 감긴 피로,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
모두 한 바구니에 담긴 채 돌아간다.


세제 향이 퍼진다.
거품이 일고,
물살이 휘감고,
천 조각들이 부딪치며
서로를 다독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잠시 멍하니 서서
회전하는 세탁기를 바라본다.
무언가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이 정적인 순간이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삶도 이와 비슷할까.
흙탕물처럼 뒤섞이고 나서야
비로소 말끔해지는.


빨래가 다 끝난다.
그 무게만큼이나 눅눅했던 하루가
물기 머금은 옷처럼
조용히 털려나간다.


오늘 하루의 고단함도

이 밤이 다 말려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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