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음을 물에 담궈둡니다
잠수를 한다.
바다에 몸을 맡기면
나는 점점 아래로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아무 소리도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멍하니, 가만히.
숨을 오래 참으려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바람처럼 머리를 스치는 걱정들도
물속에선 금세 멈춘다.
오직 지금, 내 몸 하나.
깊은 곳에 다다르면
눈앞엔 믿기 힘들 만큼 찬란한 세상이 펼쳐진다.
알록달록 형광빛으로 물든 산호들이
부드럽게 출렁이며 손짓하듯 흔들리고
그 사이를 파란 물고기 떼가
장난치듯 스치고 돈다.
주황, 노랑, 파랑, 연보라—
화려하게 수놓인 생명들이
물속 무대를 누비는 배우처럼
가뿐히, 우아하게 움직인다.
그 무리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른 세계의 일부가 된다.
물속 어딘가에서
물고기들이 속삭이는 듯한
정체 모를 소리가 들려온다.
물결일까, 대화일까.
그 소리조차 이 세계를 가득 채운 음악처럼 느껴진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잠겨 있다.
생각도, 판단도 멈춘 이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던 복잡한 파문이
고요히 가라앉는다.
멍하니, 가만히 있는 순간에도
마음은 천천히 회복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