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우당탕탕 구출극

by 온새결

“저는 보여요! 사고가 일어나는 게!”


하나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볼 수 있는 것은 사고 장면뿐이었지만…….

하나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일어날 사고의 광경이 보였다.

끔찍한 능력이었다.

왜 일어나는지, 언제 일어나는지 모르는 사고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나는 이 광경을 스스로 ‘비전’이라 불렀다.


-


하나의 절박한 외침이 성당 마당의 평화를 깼다.

그 말을 들은 우진은 돌처럼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공포에 질린 하나의 얼굴과 그녀가 가리킨 낡은 석등 사이를 불안하게 오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사제로서, 이성적인 어른으로서 그는 마땅히 이렇게 대답해야 했다.


‘기자님, 헛것을 보신 겁니다. 진정하세요.’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뇌리를 스치는 것은 며칠 전, 행정실 박 총무와 나눴던 대화였다.


-


“신부님, 저 석등 말입니다. 지난번 태풍 때부터 그랬는데, 영 위태로워 보입니다. 한번 사람 불러서 손을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제가 예산을 한번 보고…….”


-


그때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하지만 오늘 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때도 그는 생각했다.

‘정말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네’라고.

그런데 그 사실을, 오늘 처음 성당에 온 이 여자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심지어 ‘무너진다’고 단언을 했다.


“신부님! 제 말 듣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그냥 기우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쩍! 하고 쓰러지면서 저 벽을 무너뜨린다고요!”


하나는 울먹이고 있었다.

이미 그녀에게 눈앞의 남자는 ‘인터뷰 대상’ 같은 게 아니었다.

눈앞에서 사라질 작은 생명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동료였다.

우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이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래, 이 기자가 원래부터 좀… 과대망상 같은 게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니면 오는 길에 머리를 다쳤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렇다고 치기엔, 그녀의 예언은 뭔가 꺼림칙했다.

그 예언의 소재가 된 석등이 ‘실재하는 위험’이었으니까.


“…….”


우진은 대답을 하지 않고 성큼성큼 석등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놀란 어미 고양이가 다시 털을 세우며 하악거리기 시작했다.

우진은 잔뜩 긴장을 한 채로 이끼가 낀 석등의 표면을 살짝 건드려보았다.

매우 무거운 돌덩이였는데도 그의 손끝으로 미세한 흔들림이 전해져 왔다.

자세히 보니 석등과 받침돌 사이의 틈도 아슬아슬하게 벌어져 있었다.

이 정도라면 충격이 조금 가해지면… 정말로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


짧은 한숨과 함께, 우진이 결심을 내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사고 예방이었다.

성당 안 위험이 있다면 미리 제거해야 했다.


“기자님의 말을 믿는 건 아닙니다…….”


우진은 하나를 돌아보며 딱 잘라 말했다.


“단지, 이 석등이 위험해 보이는 건 사실이에요. 이 고양이들도 걱정되니…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는 게 좋겠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요.”


우진의 말에 하나도 조금 안도가 되었다.

그가 자신의 능력을 믿든 믿지 않든, 일단 행동에 나서준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럼 빨리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잖아요!”

“진정하세요, 기자님.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저희가 허둥대면 어미 고양이가 놀라서 새끼들을 물고 더 위험한 곳으로 가버릴 수도 있어요.”


우진도 어느새 평소의 차분한 톤을 되찾았다.

그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갑자기 한껏 전문가 같은 표정을 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작전이 필요해요.”

“작전이요?”

“네. 일단 어미의 시선을 끌 물건, 새끼들을 안전하게 담을 상자, 그리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할 보호 장비 같은 게 필요하겠어요. 잠시 사무실로 가시죠.”


그렇게 두 사람의 ‘어설픈 구조 작전’이 시작되었다.


-


성당 사무실은 우진의 성격을 보여주듯, 책상 위 서류들만 빼면 모든 것이 다 어질러져 있었다.

그는 고양이 구조에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이것저것 살펴보며 혼자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일단 상자… 아, 이건 너무 작고…. 이건 너무 깊고… 아! 이게 좋겠군요.”


그러다 결국 그가 꺼내 든 것은 얼마 전 신자들이 기부한 컵라면 박스였다.

안에 든 라면을 바닥에 와르르 쏟아낸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빈 박스를 하나에게 건넸다.


“여기다 푹신하게 수건을 깔면 완벽한 임시 거처가 될 겁니다. 자, 다음은 보호 장비…….”


우진의 시선이 탕비실 구석에 놓인 분홍색 고무장갑 한 켤레에 꽂혔다.


“저거다!”

“네? 저거요?”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하나가 물었다.


“네! 고무장갑! 어미 고양이가 할퀼 수도 있으니 손을 보호해야죠. 다행히 아주 두껍고 질겨 보이네요.”

우진은 꽤나 만족스러운 듯 고무장갑의 탄력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는 생각했다.


‘이 신부님, 지금 이거 찾으려고 그런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의 허당끼를 지적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박스에 수건을 깔며 재촉했다.


“그럼 이제 됐네요! 얼른 가요!”

“아뇨, 이제 어미 고양이의 시선을 끌 미끼를 찾아야 해요.”

“그건… 참치 같은 거 없어요?”

“아,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관심도 없더라고요. 잠시만요…….”


우진은 다시 한번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이 책상 위에 놓인, 반짝이는 무언가에 멈췄다.

외부 강연을 할 때 들고 다니던 레이저 포인터였다.


“됐네요! 이걸로 어미의 관심을 좀 끌어보죠! 그 사이에 새끼들을 구출하는 겁니다. 완벽한 계획이네요!”

우진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레이저 포인터의 버튼을 눌렀다.

레이저 포인터 끝에서 나온 작은 빨간 점이 맞은편 벽을 이리저리 오갔다.

어쩐지 신난 표정이었다.

하나는 그 표정을 보고 왠지 더 불안해졌다.


‘에휴…….’


이 어설픈 작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하나에게 달리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작은 박스와 분홍색 고무장갑, 그리고 레이저 포인터를 들고 다시 성당 마당으로 나섰다.

작전명은 ‘어린 양 구출 작전’.

지휘관은 차우진 신부, 행동대원은 이하나 기자였다.

마당으로 다시 나오니, 어미 고양이가 여전히 새끼들을 품은 채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눈빛이 더 날카로워졌다.


“자, 그, 그럼… 제가 레이저로 시선을 끌겠습니다. 기자님이 고무장갑을 끼시고 최대한 조용하고 신속하게 새끼들을 박스로 옮, 옮겨주세요.”


우진이 속삭였다.


“제, 제가요? 네, 네…….”


우진은 분홍색 고무장갑을 하나에게 건넸다.

하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색하게 고무장갑을 꼈다.

그리고, 드디어 우진이 레이저 포인터의 버튼을 눌렀다.

작은 빨간 점이 쏘아졌다.

어미 고양이 앞으로.

고양이들이 레이저에 환장한다는 인터넷 지식에 기반한, 나름의 과학적인 작전이었다.

그런데 웬걸, 어미 고양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관심을 갖고 레이저 불빛을 쫓아다니긴커녕 오히려 정체불명의 빨간 점을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한 듯, 낮은 자세를 취하고 으르렁거렸다.


“이, 이게 아닌가…….”


우진이 당황해 목소리를 떨었다.

작전은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그때 하나의 눈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 있는 석등이 들어왔다.


“신부님, 됐어요! 그냥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하나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무장갑을 낀 손을 앞으로 내밀며, 조심스럽게 돌담 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자, 흥분하지 마. 헤치지 않아. 가만 있어.”


우진도 마른침을 삼키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다, 두 사람은 고양이로부터 딱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 멈춰 섰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잔뜩 몸을 부풀린 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하나의 얼굴을 할퀼 기세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하아악!”


어미 고양이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고 위협적인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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