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고양이의 위협적인 하악질에 두 사람은 숨을 죽였다.
“신부님, 어떡해요…….”
하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낮에 기자와 신부가 고무장갑을 끼고 고양이와 대치하는 모습이라니,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심각했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비전 속 그 장면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하나의 귓가에 울리는 심장 소리가 꼭 초침 소리 같았다.
눈앞에서 무언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공포가 그녀를 옥죄었다.
“제가…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우진은 다시금 침을 삼키며 하나를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 역시 뾰족한 수가 없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결사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정말로 공격당할 게 뻔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하나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저 기울어진 석등은 너무 위험한 상태였다.
신부로서, 이 성당의 책임자로서 그는 이런 위험을 방치할 수 없었다.
“일단… 일단 관심을 돌려보죠. 제가 다시 한번 레이저를…….”
우진이 한심한 소리를 중얼거리자 하나가 다시 나섰다.
“신부님, 쫌!”
하나가 그의 팔을 잡아챘다.
그녀의 얼굴은 이제 하얗다못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제… 이제 곧이에요. 시간이 없어요, 신부님! 제가 그냥 새끼 고양이들 먼저 빼낼게요.”
아무래도 하나는 마음을 굳게 먹은 듯했다.
우진은 그녀의 눈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눈은 정말로 무언가 끔찍한 것을 본 사람의 눈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자꾸만 시간을 끌다가는, 정말로 그녀의 말대로 될지도 모른다.
우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차라리 동물 구조대나 119에 도움을 청하는 편이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본능도 외치고 있었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저 작은 생명들을 끔찍한 엔딩으로부터 구해내야 한다고.
“아뇨! 하나 씨, 제가 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결심을 한 우진의 입에서 드디어 단호한 말이 튀어나왔다.
“기자님, 저 멀리 물러나 계세요. 제가…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신부님,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주님께서 저와 어린 양들을 보살펴 주실 겁니다.”
그는 스스로도 믿지 못할 말을 내뱉으며, 결연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미 고양이의 위협은 더 이상 그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직, 어미 품속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들만 보였다.
우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재빨리 손을 뻗었다.
어린 고양이들을 향해.
그의 손이 뻗어 나가는 그 순간, 극도로 놀란 어미 고양이가 번개처럼 하늘로 뛰어올랐다.
위협을 피하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바로, 그 석등 위로…….
“아…!”
그때 하나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보았던 그 ‘비전’이 현실에서 연출되기 시작했다.
아주 가벼운 고양이 한 마리일 뿐이었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른 낡은 석등은 그 무게조차 견뎌내지 못했다.
끼이이익!
석등은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기울다, 끝내 돌담 옆으로 쓰러졌다.
우진은 그 순간 이를 악 물고 힘을 다해 가장 가까이에 있던 얼룩무늬 새끼 고양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근 소리와 함께 석등이 덮친 돌담이 무너져내렸다.
쿵-!
땅이 미세하게 울렸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하나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었다.
모든 것이 그녀가 보았던 비전 그대로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먼지가 서서히 걷히고, 참혹한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돌담이 덮친 자리는 마치 돌무덤 같았다.
방금 전까지 작은 생명들이 있던 곳엔 싸늘한 침묵이 찾아왔다.
돌무덤 옆에 옆에서 우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우진은 잔해에 쓸려 팔뚝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우진도 망연자실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멍하니 돌무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의 품 안에서, 아주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야옹….”
우진은 천천히 자신의 품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품 안에서, 그가 마지막 순간에 간신히 끌어안았던 얼룩무늬 새끼 고양이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가늘게 떨고 있었다.
비극 속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작고 연약한 온기였다.
3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