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고백

by 온새결

시간을 조금 되돌려, 하나가 선배의 전화를 받고 회사로 향한 후로 얼마간 시간이 지난 월요일 오후 4시.

우진은 수호타워 1층 커뮤니티 공간에서 오늘의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있었다.


“덕분에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신부님. 정말 감사합니다.”


40대 남성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천만에요. 언제든 상담이 필요하시면 찾아주세요.”


남성이 떠나고, 우진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상담 신청자는 총 일곱 명.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휴, 정말 다행이다.’


우진은 자리를 정리했다.

그때 로비 쪽에서 한 남자가 청소 카트를 끌고 걸어갔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

작업복 차림의 남자는 우진과 스쳐 지나갔다.

우진은 그 모습을 힐끗 보았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우진은 가방을 챙겨 타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42층짜리 거대한 건물을 올려다 보며 생각했다.


‘이게 정말 무너질까…….’


오후 5시.

성당에 도착한 우진은 기적이에게 밥을 주고, 미사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저녁 미사가 있는 날이었다.

미사 준비를 마치고, 우진은 고해소로 향했다.

저녁 미사가 있는 날에는 고해성사를 요청하는 신자들이 종종 있었다.

고해소에 들어가 앉으니, 한 사람이 바로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어두운 칸막이 너머로 그의 실루엣만 보였다.

그가 다부진 체격의 남자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그가 성호를 긋고 말했다.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을 비추어 주시니, 하느님의 자비를 굳게 믿으며 그동안 지은 죄를 사실대로 고백하십시오.”


우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칸막이 너머에서 남자가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 신부님…….”


그러더니 남자는 한참 동안 말하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시고, 용서할 준비가 되어 계십니다.”


그 말에 남자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말했다.


“3년 전쯤이었어요. 제가 일하던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하기 시작했다.


“고층 건물 외벽 작업이었어요. 원래는 비계를 제대로 설치하고 작업해야 했는데… 비계 설치하는 데 일주일 걸리니까… 그냥 벨트 하나 매고 작업했죠. 자주 있는 일이었어요. 원청에서 공기(工期)를 단축하라고 압박하니까…….”


우진은 숨을 죽이고 들었다.


“그날도 젊은 친구 둘이 그렇게 작업하고 있었어요. 저는 알았죠. 너무 위험하다는 걸. 안전 담당자도 알았고, 현장 사람들 다 알았어요. 근데도 저는… 저는…….”


남자가 그 대목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 애들에게 겁먹지 말라고 했어요. 쫄지 말라고. 나 젊을 땐 더한 것도 하며 살았다고……. 그런데, 그런데 그날 오후 그 애들이 떨어졌어요. 벨트가 끊어져서……. 한 친구는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간신히 살았는데 추락하면서 다리를…….”


우진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오늘 그 친구를 봤어요. 수호타워에서…….”


‘수호타워?!’


우진은 속으로 다소 당황했다.

오늘 오후까지 자신이 있었던 곳.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다리를 절면서…….”


남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끝까지 그 친구를 도와주지 못했어요. 그 친구 다친 몸으로 회사랑 싸우고 있었는데도요……. ‘수호’가 워낙 대기업이라 상대도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무서웠어요, 저도.”


‘수호? 수호그룹?’


그리고 남자는 한참을 울었다.

우진은 말없이 기다렸다.


“신부님, 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우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회개하는 이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니까요.”


잠시 후 고해성사가 끝났다.

남자가 나가고, 우진은 혼자 고해소에 남아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


미사가 끝나고 신자들이 돌아간 성당은 고요해졌다.

우진은 십자가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주님……. 제게 지혜를 주소서.”


그날 밤 10시.

우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하나였다.


“여보세요, 하나 씨?”

“신부님,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수호그룹 자료를 좀 찾아봤는데요.”

“네.”

“처음엔 부실 시공 사고 같은 게 있었나 해서 찾아봤는데… 이상하게 뭐가 많더라고요. 시공 문제뿐 아니라 산재 사고도 많고…….”


하나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묻어났다.

우진은 잠시 침묵했다.


“신부님, 내일 시간 되세요? 자료 같이 보면서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요.”

“네, 좋아요. 어디서 볼까요?”

“제가 성당으로 갈게요.”

“좋습니다. 그럼 내일 뵙죠.”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는데, 하나가 우진을 불렀다.


“신부님.”


그리고 하나는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이번엔 꼭 바꾸고 싶어요. 이 끔찍한 결말을.”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우진은 그날 새벽까지 수호그룹에 대해 검색을 하다 늦게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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