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의심

by 온새결

다음 날 오전.

성당으로 향하는 차 안.

하나는 조수석에 놓인 서류 뭉치를 힐끗 보았다.

어젯밤 늦게까지 정리한 수호그룹 사고 기록들.

수십 건의 사고, 수십 개의 비극.

각각의 사고 뒤에는 생존자가 있을 것이고, 사망자의 유족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하나는 운전대를 꽉 쥐었다.


-


성당.

하나가 도착했을 때, 우진은 마당에서 기적이를 쫓고 있었다.


“기적아! 그거 내 양말이야!”

기적이는 우진의 양말을 물고 마당을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풉, 진짜 저 사람…….”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신부님!”


하나의 목소리에 우진이 돌아봤다.

발 하나가 맨발인 상태였다.


“아, 오셨어요. 잠깐만요, 제가 지금…….”


하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얼른 급한 일 먼저 보세요.”


-


잠시 후 성당 사무실.

하나가 우진 앞에 펼쳐놓은 서류들의 양이 상당하다.

우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 서류들을 살폈다.


“아니… 꽤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다니……. 그런데 왜 우린 이런 사실을 몰랐던 거죠?”

“짧은 기사로만 나고 끝났으니까요. 기사 내용도 별 게 없어요. 그냥… 단신들이죠, 대부분. 이 자료들은 제가 별도로 정보를 찾아내서 정리한 거예요.”

“그렇군요……. 그런데, 이 사건들과 저희 사건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거예요?”

“아, 그게…….”


하나는 우진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았다.


“지난 10년간 수십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쳤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잖아요.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은 이루어졌을까요? 그럴 리가 없죠. 매번 대충 넘어갔을 거고, 문제는 고쳐지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까지 이렇게 비슷한 사건이 꾸준히 반복되어 온 것을 보면 말이에요. 그럼…….”

“그럼……?”

“그럼 수호그룹에 원한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체 몇 명일까요.”


하나의 말에 우진은 두려움이 서린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피해자는 물론일 거고, 피해자의 가족들, 연인들… 셀 수 없겠네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하나 씨, 혹시…….”

“네, 맞아요. 어쩌면 제가 본 사고가, 누군가 저지르는 테러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나의 말을 들은 우진은 손이 떨렸다.

그리고, 어제 고해성사를 하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


“신부님?”


하나가 우진을 불렀다.


“괜찮으세요? 얼굴이 안 좋으신데…….”


우진은 신부로서 고해성사 내용을 발설할 수 없었다.


“아, 네. 괜찮아요.”


우진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신부님.”


하나가 다시 우진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게 있는데요. 피해자나 유족분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저희가 직접요?”

“네. 명분은 충분해요. 저는 기자니까.”

“그런데… 그분들을 만나서 얻을 수 있을까요? 수호타워 붕괴와 관련된 단서를…….”

“확실한 건 없어요. 다만…….”

“다만……?”

“뭔가… 그래야 할 것만 같아요. 기자로서의 직감인지, 불행을 보는 미친 사람의 예감인지 모르겠지만요.”

“…….”


우진이 다시 한번 생각에 빠졌다.


“알겠습니다. 한번 해보죠. 그리고, 피해자나 유족분들을 만나는 일, 저한테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말요? 안 그래도 신부님한테 의견을 좀 여쭤보려고 했는데……!”

“시민단체 쪽 활동을 겸하시는 신부님들을 좀 알아요. 그쪽에 연락해 보면 방향이 나올 것도 같아요.”

“다행이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네. 한번 알아보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그런데 있잖아요, 하나 씨.”

“네, 신부님.”

“만약에, 만약에 말이에요……. 정말 하나 씨가 본 비전이 누군가의 테러이고, 그 테러범을 찾게 된다면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그야…….”


하나는 사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진 않았다.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려면 뭔가 증거가 있어야 할 텐데, 일을 저지르기 전에 증거를 잡긴 힘들 텐데요.”

“음,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그럼…….”

“그럼……?”

“절대 하지 말라고 할게요.”


하나의 대답을 들은 우진은 순간 벙쪘다.


-


하나가 회사로 돌아간 뒤.

우진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르릉.

딸깍.


“여보세요?”

“형석 신부님! 잘 지내셨죠?”

“하하, 우진 신부님! 어쩐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요…….”


-


전화를 마무리한 우진은 사무실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졌다.

자꾸만 어제의 그 고해성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창밖으로 수호타워가 보였다.

정말 수호타워를 무너뜨리겠다고 복수를 계획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야. 아직 확실한 것은 없으니, 최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자.’


-


같은 시각.

회사로 돌아온 하나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테러…….

그녀가 본 비전이 정말 누군가의 복수극이라면, 그래서 만약 그 사람을 찾는다면, 그 사람을 찾아서 설득할 수 있을까?

그녀는 수첩을 다시 펼쳤다.

6년간의 실패 기록.


‘정말로 이번엔 엔딩을 바꿀 수 있을까…….’


-


같은 시각 수호타워 지하.

조용히 작업을 마치고 사라지는 한 남자.

두 사람은 그래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이 찾는 답에.


“D-51”



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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