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늦은 오후.
하나는 다시 한번 공장을 찾았다.
이번엔 조금 은밀하게.
‘자료에 따르면 곧 야간 조가 출근하고 교대할 시간이야.’
강준호 군 아버지의 자료에 따르면 12시간마다 근무 교대가 이루어진다.
하나는 그때 퇴근하는 직원들을 만나볼 생각이었다.
하나는 공장 맞은편 골목 입구에 서서 건물을 관찰했다.
건물 안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같은 시각, 공장 3층 사무실.
“역시 다시 왔군.”
황만수는 창문 너머로 그런 하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하, '공단 사람들'……? 그런 기사를 쓰겠다고 저러고 있을 리가 있나.”
『주간시사』.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황만수는 평소 『주간시사』를 수호그룹에 꽤나 적대적인 언론사라 여기고 있었다.
“뭘 캐내려고 저렇게 열심히신지.”
곧이어 황만수는 하나가 준 명함을 불쾌한 표정으로 보더니 전화기를 들었다.
“네, 공장장님”
“김 부장 오늘 야간이지?”
“맞습니다.”
“오자마자 내 방으로 오라고 해.”
그러곤 생산관리 담당 김 부장을 호출했다.
-
오후 5시 30분.
드디어 공장 정문 쪽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공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야간 조 출근 시간.
‘저 사람들이 들어가면 곧 주간 조가 나오겠지.’
하나는 골목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기다렸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공장 정문이 활짝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피곤한 얼굴의 직원들.
어떤 이는 담배를 꺼내 물고, 어떤 이는 핸드폰을 보며 걸었다.
하나는 숨을 고르고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그러자 그 남자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하나를 쳐다봤다.
“『주간시사』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인터뷰를…….”
“됐어요.”
남자는 차갑게 거절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하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
그 남자는 하나의 말을 아예 무시하고 갔다.
세 번째, 네 번째…….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왜… 왜 이렇게까지…….”
그렇게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녀도 아무런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을 때.
한 40대 여성이 조심스럽게 뒤에서 하나에게 다가왔다.
“저기요…….”
“네!”
하나가 반갑게 뒤돌아보았다.
“여기서 이러셔도 아무 소용 없어요. 얼른 가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여기 사람들 인터뷰 안 해요. 언론이랑 접촉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돼요.”
여성이 하나를 안쓰럽게 쳐다보더니 돌아서려 했다.
“잠깐만요!”
그때 하나가 다급히 여성의 팔을 잡았다.
“2년 전에 여기서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하나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그 여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무슨…….”
“저는 여기에서 손을 다치신 분을 찾고 있어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하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여성의 표정에 복잡한 심경이 드러났다.
“…….”
여성은 잠시 망설이다 주변을 살폈다.
그러더니 공장을 한번 힐끗 보고, 하나에게 말했다.
“여기서 말하면 안 돼요.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여성은 계속 주변을 경계하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나도 재빨리 그녀를 따라갔다.
골목 안.
여성이 작게 속삭였다.
“지금 뭘 조사하시는 거예요? 그 사람은 찾아서 뭐 하게요?”
“그저 묻고 싶은 게……. 혹시 그분 이제 여기 안 다니시나요?”
“…….”
“선생님.”
“그 사람 관리직으로 갔어요.”
“네?”
“그러니까 그 사람 만나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요. 그쪽이 기대하는 말 들을 수 없을 거라고요.”
“그렇다면…….”
“그 일, 회사랑 다 합의 끝난 건이에요. 자꾸 여기서 이러시면 기자님도 험한 꼴 당하세요.”
“그게 무슨… 험한 꼴이라뇨?”
“전에도 사고 관련해서 회사 직원들한테 이것저것 묻고 다니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처럼…….”
“그분 혹시 강준호 씨 아버님이신가요?”
“!!”
여자가 놀란 얼굴로 하나를 쳐다봤다.
“그걸 어떻게…….”
“선생님, 손 다치신 분께서 관리직으로 가셨다면… 설마 회사에서 승진시켜주고 없던 일로 무마한 건가요?”
“…….”
여자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돌아가세요. 저는 이 이상 아무 말 못합니다.”
그렇게 말한 여자는 바로 떠나갔다.
하나는 혼자 골목에 남겨졌다.
‘왜 이렇게 모두가 겁에 질려 있는 거지…….’
-
같은 시각, 공장 3층 사무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작업복 잠바 차림의 김 부장이 들어왔다.
“공장장님, 부르셨습니까?”
“어, 왔어.”
황만수가 손짓으로 김 부장에게 앉으라고 지시했다.
“공장장님, 어쩐 일로……?”
황만수는 툭 하고 김 부장 앞에 명함을 던졌다.
“『주간시사』 이하나……? 공장장님, 이건……?”
“오늘 그 여자가 다녀갔어.”
“기자가요? 왜요?”
“그걸 당신이 알아봐야 할 거 아니야!!”
황만수가 답답하다는 듯이 김 부장에게 호통을 쳤다.
“아, 아, 네!”
“아무래도 직원들한테 뭐 좀 캐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왜 왔는지, 누구랑 접촉했는지 알아봐서 내일까지 보고해. 그리고 혹시 기자랑 인터뷰하겠다는 놈들 있으면… 다 짤라.”
“알겠습니다!”
김 부장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하곤 나갔다.
18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