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이른 아침 수호테크 제조 공장.
주간 조가 출근하는 시간이었다.
평소라면 삼삼오오 모여 농담을 주고받거나, 커피를 홀짝이고, 옷을 갈아입는 시간.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직원들이 생산 라인 옆에 도열해 있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평소와 조금 다른, 무겁고 살벌한 분위기.
그 앞에 생산관리 담당 김 부장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이 매처럼 날카롭게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훑었다.
“어제.”
김 부장이 입을 열었다.
“기자 하나가 공장 주변을 쑤시고 다녔다.”
직원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흘렀다.
“그 여자랑 접촉한 사람.”
김 부장이 다시 한번 천천히 직원들을 훑었다.
“조용히 손 들어. 지금 말하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거다.”
싸늘한 침묵.
손을 드는 이는 안무도 없었다.
어제 하나와 잠깐 대화했던 40대 여성 직원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무언가 갈등하는 표정으로 땀을 흘렸다.
김 부장은 잠시 직원들을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수호 식구끼리 뒤통수치는 일은 없어야지.”
그러더니 그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변했다.
“앞으로 외부인이 뭘 묻거든 대답하지 말고 무조건 보고해. 딴생각 품었다가는…….”
김 부장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힘을 주어 말했다.
“이 바닥에서 이제 일 못 하게 될 거야.”
몇몇 직원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김 부장이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중에라도 외부인이랑 회사 일로 접촉한 사실 드러났다가는, 법적으로 큰 책임을 지게 될 거다. 알았나!”
“…네.”
겁에 질린 직원들의 대답.
김 부장은 무언가 그래도 언짢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직원들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일사분란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 일을 시작했다.
-
같은 시각, 『주간시사』 편집국.
하나는 책상에 앉아 어제 공장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공장 외관, 정문, 주변 풍경.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우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신부님,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얘기 좀 나눠요.”
곧 답장이 왔다.
“네, 괜찮아요. 저녁 7시에 성당으로 오실래요?”
“좋아요. 그때 봬요.”
하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에는 강준호 사건 관련 자료들이 가득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데…….’
-
같은 날 오후 3시, 진영동 성당.
우진은 오늘도 마당에서 기적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기적아! 왜 자꾸 신부님 묵주를 가져가는 거야!”
기적이가 우진의 묵주를 입에 물고 도망치고 있었고, 그 뒤를 우진이 허둥대며 쫓아간다.
영락없는 코미디.
“신부님!”
그때 박 총무가 우진을 불렀다.
“아, 총무님.”
기적이는 이미 나무 뒤로 숨어버린 상황.
우진은 묵주를 포기하고 헐레벌떡 박 총무에게 갔다.
“신부님, 죄송한데요. 창고에 있는 의자들 좀 밖으로 빼야 하는데, 허리가 영 시원찮아서요. 시간 되시면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럼요! 당연하죠.”
우진은 흔쾌히 그를 따라 성당 뒤편으로 향했다.
성당 뒤편의 오래된 창고.
안에는 오래된 의자들과 집기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쌓여 있었다.
“이 의자들 말입니다. 너무 오래돼서 이제 좀 처분하려고요. 녹도 많이 슬었어요.”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철제 의자를 하나씩 들어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끼걱, 끼걱.
낡은 의자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그렇게 한참 의자를 옮기던 우진의 시선에 창고 구석 바닥이 들어왔다.
구석 바닥 일부가 허옇게 변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진은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꼈다.
“총무님.”
우진이 그 부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바닥은 왜 이렇게 상했죠? 물이 샜나요?”
박 총무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봤다.
그러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아, 그거요? 작년 겨울에 제설용 염화칼슘 포대가 터져서 좀 쏟아졌는데, 바빠서 한동안 못 치웠더니 그렇게 되었더라고요.”
“…염화칼슘이요?”
“네. 겨울에 눈 오면 계단이랑 마당에 뿌리려고 잔뜩 사놨었거든요. 근데 포대가 터진 거죠, 에휴.”
박 총무는 웃으며 다시 의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염화칼슘…….’
그 단어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순간, 우진의 머릿속에 수호타워 지하주차장 기둥의 모습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허옇게 변한 콘크리트 기둥 하단부.
‘뭐지… 이 불안한 느낌…….’
우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신부님? 괜찮으세요?”
박 총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 네. 괜찮습니다.”
우진은 황급히 대답하고 다시 의자를 옮겼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
오후 4시, 성당 사무실.
의자를 다 옮긴 우진은 급히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노트북을 켠 뒤 하나가 보내준 사진들을 열었다.
지하주차장의 기둥들.
우진은 사진을 확대해 가며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아까 창고 바닥의 모습을 떠올렸다.
‘좀 비슷한 것 같기도…….’
우진은 떨리는 손으로 검색창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염화칼슘 콘크리트”
검색 결과가 나타났다.
“제설제가 콘크리트에 미치는 영향”
“염해로 인한 구조물 부식”
“염해로 인한 교각 붕괴 사례”
…
우진은 그중에서 최대한 공신력 있어보는 블로그로 들어갔다.
어느 토목공학과 교수의 블로그였다.
[겨울철 제설제 사용 시 주의사항
제설제의 주성분인 염화칼슘(CaCl₂)은 눈을 녹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염화물 이온(Cl⁻)은 콘크리트의 미세한 공극을 통해 침투하여 내부 철근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진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일단 보호막이 깨지면 철근이 부식되기 시작하고, 부식된 철근은 최대 6배까지 부피가 팽창하면서 콘크리트를 안에서부터 파괴합니다.]
우진의 손이 떨렸다.
그는 다시 하나가 찍은 사진을 봤다.
여러 기둥들과 규칙적으로 분포된 변색 흔적들.
“잠깐만 이거…….”
우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우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창밖을 내다봤다.
거대한 수호타워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19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