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이 불안한 느낌을 한껏 받고 있던 그 시각, 수호테크 공장장 사무실.
황만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김 부장이 들어왔다.
“공장장님.”
“그래, 어떻게 됐어?”
황만수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물었다.
“한 직원이… 그 기자랑 몇 마디 나눴다고 실토했습니다.”
“뭐야!”
황만수가 버럭 소리를 질럿다.
“그래서 뭐라고 했다는데!”
“그 기자가 ‘2년 전 사고’에 대해 물었답니다.”
“뭐, 뭐? 2년 전?”
황만수의 얼굴이 갑자기 확 굳어졌다.
“네. 그리고… 손을 다친 사람을 찾았다고…….”
“2년 전에 손 다친 사람이라면… 최혁진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뭐야! 빨리빨리 말해!”
“강준호 군 아버지 얘기도 했다고…….”
김 부장의 말에 황만수가 책상을 탁 쳤다.
“하, 이 새끼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황만수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생각을 하다가 김 부장을 돌아봤다.
“김 부장, 전무님이랑 저녁 식사 자리 잡아.”
“전무님이요?”
“그래. 최대한 빨리.”
“알겠습니다!”
김 부장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에서 나갔다.
문이 닫히고, 황만수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렸다.
“『주간시사』 이하나…….”
-
그날 저녁.
진영동으로 향하는 하나의 차 안.
핸들을 잡은 하나의 표정이 심각하다.
자꾸만 출발 전 우진에게서 받은 문자 내용이 신경 쓰였다.
“하나 씨, 아무래도 뭔가 알아낸 것 같아요. 빨리 오세요.”
‘왜 불안하지…….’
하나는 액셀을 밟았다.
-
오후 7시 진영동 성당 사무실.
하나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신부님!”
그러자 노트북 화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우진이 하나를 보며 인사했다.
“하나 씨, 왔어요.”
“무슨 일이에요? 문자 보고 완전 긴장했어요.”
하나가 우진 옆에 앉았다.
우진은 노트북 화면을 하나에게 돌렸다.
“이거 봐요.”
화면에는 염화칼슘과 콘크리트 부식에 관한 자료들이 가득했다.
“염화칼슘?”
하나가 천천히 화면 속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염화칼슘이 콘크리트에 균열을 발생시킨다……. 신부님 혹시…….”
하나의 눈이 커졌다.
우진은 그런 하나에게 사진을 몇 장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오후에 성당 창고에서 이상한 걸 봤어요.”
“이상한 거요?”
“네. 이것 보세요. 창고 바닥이 하얗게 변색되어 있더라고요.”
“어……?”
“작년에 사놓았던 제설제 포대가 터졌는데, 그걸 방치해 두니 이렇게 됐대요. 이상하지 않아요?”
하나가 우진이 보여준 사진을 보며 말했다.
“수호타워 기둥…….”
“맞아요.”
우진은 바로 하나가 보내준 수호타워 기둥 사진을 노트북 화면에 띄웠다.
기둥 하단부의 하얀 변색.
“완전히 같진 않지만, 좀 비슷하죠.”
“…….”
우진이 다시 자료를 보여주며 말했다.
“염화칼슘이 콘크리트에 균열을 만들면서 그 안에 있는 철근을 부식시킬 수 있다고 해요. 그 철근이 부식되면 부피가 팽창하는데, 그것이 콘크리트를 안에서부터 파괴한다고 하더라고요. 도로 교각이나 건물이 이것으로 무너질 수도 있대요.”
하나는 말문이 막혔다.
“찾아보니 액상으로 된 염화칼슘도 있더라고요. 이걸 주요 기둥 내부에 반복적으로 주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하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우진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어쩌면 하나 씨의 추측이 맞을지도 몰라요. 그 끔찍한 사고가 누군가의 소행이라는 추측이…….”
“염화칼슘이라면 제설제로 쓰이니까 구하기도 어렵지 않겠네요.”
“맞아요.”
잠시 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나 씨는 어땠어요? 공장에서 뭐 알아낸 거 있어요?”
우진의 질문에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딱히 쓸 만한 소식은 아니에요.”
하나는 어제 공장에서 겪은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직원들의 경계심, 한 여성 직원과의 짧은 대화.
“손가락이 절단되신 분은 아무래도 관리직으로 간 것 같아요. 회사가 그 방향으로 합의하고 깔끔하게 무마한 것 같아요.”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분은 아니겠네요.”
“네. 원만하게 합의한 분이니 그렇게까지 수호그룹에 악감정은 없을 거예요.”
대화가 짧게 끝나고, 하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결심한 듯 우진을 똑바로 봤다.
“신부님.”
“네?”
“만약 누군가 기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 그것으로 사고를 유발하려 한다면, 그게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나의 눈빛이 결연해졌다.
“그럼 제가 내일 점심시간부터 지하주차장에 잠복해 볼게요.”
“네?!”
하나의 말에 우진이 다소 놀랐다.
“신부님의 추측이 맞다면, 분명 다시 올 거예요. 우리가 봤던 그 주차장 기둥에. 저는 숨어서 누가 그런 짓을 하는지 숨죽이며 지켜볼게요.”
“위험하지 않겠어요? 그 사람이 정말 테러범이라면 말이에요.”
“괜찮아요. 차 안에서 문 잠그고 있으면.”
우진은 가끔 이런 하나의 실행력과 용기가 신기했다.
“알겠어요. 조심하세요. 저는 1층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주시고요.”
하나가 가방을 챙기며 일어섰다.
“그럼 내일 봬요, 신부님.”
“네. 들어가세요.”
우진이 하나를 배웅했고, 하나의 차는 점점 멀어져 갔다.
우진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게 기도를 드렸다.
“항상 모든 위험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20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