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낯선 사람

by 온새결

며칠 뒤.

종로구에 위치한 수호그룹 본사.

25층 전략기획실장실.

거대한 통창을 등진 채 최고급 가죽 의자에 파묻힌 40대 초반의 남자가 턱을 괴고 잡지를 읽고 있다.

전략기획실장 권태민.

그의 손에는 들린 잡지는 다름 아닌 이번 호 『주간시사』였다.


“[단독] [수호가 떨어뜨린 꽃①]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꽃다운 스무 살 청년의 꿈이 멈추었다.”


그는 한참이나 기사를 정독했다.

그러고선 잡지를 책상에 올려놓은 채 한동안 미동을 하지 않았다.

실장실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그가 책상 위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윤 팀장, 들어오세요.”


그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윤성환 팀장이 굳은 얼굴로 실장실에 들어섰다.


“실장님, 부르셨습니까.”


툭.


윤성환이 들어오자 권태민은 회의 테이블 쪽에 그가 읽던 『주간시사』를 툭 던졌다.


“이거 봤어요?”


윤성환은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그가 던진 잡지를 침착하게 살펴봤다.

수호테크의 기사가 이번 호 첫 기사였다.


“아니 이게……. 죄송합니다.”

“그때 지시했던 거, 제대로 처리한 거 맞아요?”


권태민은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윤성환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예… 지시하신 대로, 『주간시사』에 광고를 넣던 YN전자와 오성자동차 쪽에 연락을 취해 광고를 중단시켰습니다. 대한은행 쪽도 마찬가지고요. 아마 광고 수익 절반 정도가 날아갔을 텐데…….”

“…….”


권태민이 그 얘기를 듣곤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도 이런 게 나왔다…….”


윤성환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실장님. 즉시 다시 조치하겠습니다.”

“어떻게?”


짧고 차가운 질문.

윤성환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우선… 기사 더 확산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주요 일간지 및 방송사 쪽 모든 라인을 가동해서, 절대 이 기사를 받아쓰는 일이 없도록 단속하겠습니다. 포털 사이트에도 노출되지 않게끔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래요.”


권태민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전혀 만족한 기색이 아니었다.

윤성환은 그런 그의 눈치를 살피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는 알았다.

권태민이 뭔가 더 확실한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권태민은 그런 윤성환을 앞에 두고, 잠시 책상 위의 태블릿으로 일정을 확인하더니 나른하게 말했다.

“이 국장 안 만난 지도 꽤 됐네. 오늘 중으로 이 국장이랑 식사 자리 마련해요.”


윤성환의 눈이 커졌다.


“‘이 국장’이라면… 혹시 국세청 이석현 조사국장 말씀이십니까?”

“예.”

“알겠습니다, 실장님. 바로 약속 잡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나가보세요.”

“네. 그럼……”


윤성환이 긴장된 걸음으로 실장실을 빠져나갔다.

권태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 발아래 펼쳐진 거대한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번거롭게들 사는지…….”


-


그날 저녁, 평일 미사가 끝나 한적해진 진영동성당.

하나가 새로 나온 『주간시사』 이번 호를 손에 들고 성당을 찾았다.

그날따라 하나는 조금 긴장했다.

우진에게 미리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나는 길에 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진에게 서프라이즈로 이번 호를 선물하고 싶었다.

하나는 조심스레 성당 마당으로 들어섰다.

쌀쌀한 저녁 공기가 뺨을 스쳤다.

그런데 성당 본관 건물 옆쪽 재떨이 옆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차우진 신부였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희미한 연기가 저녁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어… 저… 신부님……?”


하나는 우진에게 다가가 다소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우진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 기자님……! 어쩐 일이세요?”


우진이 황급히 손에 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늘 ‘하나 씨’라고 부르던 우진이 딱딱하게 ‘기자님’이라고 부르자, 하나는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아, 그게… 이번에 나온 기사… 보여드리려고 왔어요.”


하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에 든 잡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제가 사서 보면 되는데, 뭘 굳이 여기까지 오셨어요.”


우진은 머쓱한 표정으로 하나가 주는 잡지를 받아 들었다.


“그런데… 담배도 피우시네요?”


어쩐지 우진과 담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하나가 물었다.


“아… 네. 아주 가끔요.”


우진은 어쩐지 조금 부끄러웠다.


“냄새 나죠? 죄송합니다. 일단… 추운데 안으로 들어가시죠.”


우진은 하나를 성당 안으로 안내했다.

오늘따라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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