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22
글쓰기의 시작을 되짚어보면, 가장 처음 썼던 건 ‘나’를 소개하는 글이었던 것 같다. 말로 나를 설명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글로 나를 표현하는 일이 더 익숙해졌다. 때로는 말보다, 글을 통해 나를 설명하는 편이 더 편하고 진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읽는 걸 좋아하고 말하기를 즐기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말보다 글로 소통하는 감각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겪은 이야기나 떠오른 생각에 약간의 창작을 더해 하나의 글로 완성해가는 과정이 점점 재미있어졌다.
그러던 중,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도대체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생각 끝에 떠오른 두 가지 장르가 있다. 첫 번째는 청소년 소설이다.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이야기,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청소년 소설은 일반 소설에 비해 문턱이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도 읽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으면, 책을 멀리하는 어른들도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청소년 소설은 대체로 분량이 길지 않고, 장편일 경우에도 편을 나누거나 두께를 조절해 읽는 데 부담을 줄여주는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라 해도 세대를 불문하고 읽을 만한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언젠가 청소년 소설을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이솝우화 같은 동화다. 이솝우화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우리 삶의 여러 단면을 돌아보게 해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어릴 적 읽었던 이솝우화가 성인이 된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건, 그만큼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솝우화 역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금 당장은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를 곧바로 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런 메시지를 담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다 보면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같은 말도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 하고 어렵게 하는 편이다. 말이 길어지고, 미사여구가 늘다 보면 정작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흐려질 때가 많다. 이 점을 고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단점처럼 보이는 부분도 잘만 활용한다면, 오히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개성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꼭 써보고 싶은 이야기,
그건 단지 머릿속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처’까지라도 닿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노력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