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21
글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받는 경험도 있었지만,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그들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을 때도 있다. 블로그를 통해 우연히 내 글을 읽게 된 경우, 공모전 등을 통해 수상작으로 공개된 글을 접한 경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사람들이 내 글을 읽게 된다.
내가 썼던 글은, 시간이 지나면 정작 내가 쓴 건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 이때 이런 기분이었지’ 하고 불현듯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글들에 대해 받았던 피드백 중
가장 기뻤던 말은 단연 “너답다”는 말이었다. 평소 내가 자주 말하는 방식이나, 생각의 방향, 말투와 어휘가 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가리고 읽어도 “이건 네가 쓴 글 같아”, “글을 읽고 있는데, 네가 옆에서 말해주는 느낌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글이 누군가에게 ‘내 목소리’로 다가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두 번째는, 글을 통해 그 사람만의 생각이 확장되어 돌아올 때다. “글 잘 봤어”라는 말도 좋지만, 그보다 더 반가운 건 글을 어떤 관점에서 해석했고,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는지를 세세하게 이야기해주는 순간이다. 그 자체로 감사하고, 소중한 경험이 된다.
다음은, “더 좋으려면 이런 방향도 생각해보면 어때?”와 같은 피드백이다. 예전엔 그런 조언을 들으면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라며 토론을 벌이곤 했다. 내 생각을 이해해달라고 애써 설명하곤 했지만, 이제는 안다.각자 판단은 독자의 몫이고, 생각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누구에게나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반박보다는 수용하려 한다. “이렇게도 읽히는구나”,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
물론 처음에는 면전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들으면 기분이 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피드백이 과연 도움이 될까? 속으로 의문을 품기도 했다. (겉으로는 “고맙다”고 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때 누군가가 건넨 한 마디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딜레마에 빠져 헤맬 때 그 말이 열쇠처럼 나를 꺼내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글을 통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애정을 담아 전달된 피드백 덕분이다. ‘나답게 쓰는 글’, 그건 결국 진솔함을 담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나의 말투로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 또한 글쓰기의 또 다른 재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