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20
글이 발휘하는 영향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멍하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내 모습이 싫어졌다. 그래서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작은 양지사 수첩과 볼펜을 늘 들고 다니며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일기를,
때로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글을,
또 때로는 공모전이나 외부에 투고할만한 글들을 틈틈이 적어나갔다.
그렇게 하나둘 쌓인 글감들은 퇴근 후 여유로운 시간에 정리하고 다듬어 블로그에 올리거나, 다양한 곳에 투고해보았다. 그리고 어느 날, 뜻밖의 기분 좋은 일이 생기곤 했다. 내 글이 어딘가에 실렸거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연락을 받을 때였다. 그럴 때면 작지만 분명한 성취감이 마음을 채웠다.
그러던 중, 몇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처음엔 스팸 메일인 줄 알고 무심히 넘길 뻔했다. 그런데 메일들엔 내가 쓴 글을 읽고 느낀 감정과 함께, 추가적으로 궁금한 점이나 조심스레 건네는 질문들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어떤 사람은 자신이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지역을 밝히기도 했는데 그 지역은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심지어 해외에 거주하는 독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기분 좋았던 건, 내가 쓴 글을 통해 좋은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내겐 단지 내가 느낀 것을 담담히 기록한 글이었는데, 그 글이 누군가에게는 감정의 움직임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면서 삶의 밀도가 더 짙어졌다는 기분이 든다. 그저 흘러가던 평범한 일상도, ‘이 순간을 글로 남긴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니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조차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되었다. 또한, 그날그날 감정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글로 표현하려 할 때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 과정은 처음엔 글에 집중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어느새 하루하루를 좀 더 재미있게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힘들어도 계속 쓰는 이유. 어쩌면 글을 쓰는 행위가 습관을 넘어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무언가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글의 영향력은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담고 있는가에 더욱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 글을 써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 글이 나를 돌아보고, 내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