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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에서 흔들리는 갈등

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18

by 시나브로

공모전을 비롯해 외부적으로 글을 쓰고, 그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것은 좋든 싫든 평가받는 자리에 선다는 뜻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서도 그렇고, 블로그에 작성하는 포스팅 역시 불특정 다수가 읽는 글인 만큼, 흥미를 끌어야 꾸준한 방문자가 늘어난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콘텐츠나 글이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그다음 글을 쓰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전의 영광을 떼어놓고 새로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사람들의 유입이 유지될 것 같고, 그게 소위 말하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도 아닌데, 그저 조그마한 블로그 방문자 수에 이토록 흔들리는 내 모습을 보며 작가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상상하게 된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도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쓰고 싶은 글’보다 ‘써야 하는 글’에 집중해야 하는 글쟁이들의 괴리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물론, 글이나 콘텐츠가 상업적이라고 해서 곧바로 금전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다.”


이 익숙한 문장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책 한 권을 읽는 일은 비교적 쉽다. 반면,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는 일, 특히 일기가 아닌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작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치가 진짜 나의 것이 되려면 직접 살아보고, 실천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말의 생동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나는 ‘줏대 있는 삶’을 지향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평가 앞에서 흔들리는 내 모습을 마주하니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렇지만 글에는 결국 ‘알맹이’, 즉, ‘내’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를 빼놓고, 아무리 화려한 단어와 문장으로 포장한 글을 써도 그걸 읽는 독자들은 물론, 자신조차도 글이 어떤 의도에서 나왔는지를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글뿐만 아니라

숫자와 시선으로 나를 평가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기를,
오늘도 조용히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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