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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16

by 시나브로

매일 피어나는 생각들을 잘 주워 담아 글로 쓸 수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떤 때는 생각은 넘쳐나는데,
그걸 글로 표현하거나 적어내기에는
심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한 번 적어봐야지’ 하고 메모를 남겨두곤 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 그 메모 속 문장은 그대로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소재가 고갈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던 중, 특별한 기대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우연히 한 포스터를 마주하게 되었다.
'자원봉사 수기 공모전'이었다. 자원봉사를 하며 느꼈던 점을 적는 내용이었다.

‘자원봉사’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그동안 내가 해왔던 다양한 활동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당시에는 정말 재미있었고, 열정적으로 임했던 순간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바쁨에 가렸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기억을 하나씩 더듬으며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불쑥 떠오르는 장면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그 순간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단어들로 글에 풍미를 더해나갔다.

글을 쓰고, 생각에 잠기는 사이 나는 어느새 ‘몰입’이라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그 시절 내가 어떤 다짐을 했는지,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었는지도 떠올랐다.
그중 일부는 이미 이루었고, 또 일부는 여전히 노력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모전 글은 블로그나 일기에 쓰는 글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공모전 특성상 수상을 위한 경쟁 요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주제’를 제시받고
그 주제에 맞춰 글을 써본다는 점에서, 학생 시절 백일장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는 주어진 주제에 맞춰 무조건 글을 써야 했던 반면,

성인이 되어 참여한 글쓰기 공모전은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직접 선택해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달랐다.


그렇게 공모전을 통해 처음 쓴 글의 기억은 지금도 잔잔하게 마음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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