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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23

by 시나브로

언젠가 꼭 글로 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사실, 이전부터 여러 글 속에서 자주 다뤄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따뜻한 추억이 많다. 물론 어머니도 함께 계셨지만, 특히 아버지를 주제로 한 글은 자주 쓰게 된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글을 통해 그때의 기억을 꺼내 정리하다 보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따뜻한 기분이 마음을 채운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운동장이나 집 앞 공원에서 아버지와 공을 차고 배드민턴을 치며 놀았던 시간이 가장 또렷하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물론 즐거웠지만, 아버지와 함께 뛰놀던 시간은 늘 기다려지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줄넘기 숙제를 하던 어느 날, 혼자 힘들어하던 내 앞에서 아버지는 능숙하게 양발 2단 뛰기를 선보였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아 ‘나도 저렇게 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날부터 하교 후 학원을 다녀오고 저녁을 먹은 뒤 줄넘기를 들고 집 앞에서 매일같이 연습했다. 결국 반에서 가장 줄넘기를 잘하게 되었고, 2단 뛰기도 100회 이상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주말이면 아버지와 함께 가방 하나 챙겨 등산을 나섰다. 아버지에게는 산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내게는 가방 안에 든 도시락과 닭강정을 먹는 게 진짜 목적이었다. 산을 오르며 힘들다고 투정부리면 말없이 등을 밀어주고, 잠시 쉬어가자며 자리를 내주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시간이 흘러 나도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보니 그때 아버지가 베풀어준 사랑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헌신 위에 있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주 6일 근무에, 개인보다 일에 집중하던 시대 속에서 아버지는 본인만의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가족을 위해 앞장서며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주셨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이지만, 부모님이라는 든든한 그늘 아래 있었기에 마음 편히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했던 소소한 행복들이 나의 글 곳곳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나중에 내가 아버지가 된다면,
아버지께서 보여주셨던 사랑의 반만큼이라도
닮아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잘 사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어머니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아들에게 깊은 사랑을 주셨다.
늘 바쁘셨지만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앞을 향해 전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내 성격과 기질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셨다. 지금은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지만, 삶의 어느 순간 힘들고 지칠 때면 자연스레 부모님의 발자취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의 삶 자체가 나에게는

가장 확실한 인생의 참고서다.


이제는 예전보다 주름이 깊어진 부모님의 얼굴을 보면 가끔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언제나 한결같은 미소로 자식을 반겨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이런 환경에서 자랐기에
자연스럽게 가족이나 부모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에세이에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

글은 분명 좋은 소통의 수단이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온기만큼 깊고 따뜻한 언어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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