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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1 (순간순간을 메모하다)

나는 언제부터 글을 좋아했을까? - 24

by 시나브로

대한민국의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군대는 사회보다 제약이 많은 환경이지만,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성인임에도 ‘수양록’(일기)을 쓰고, 그 내용을 검사받으며, 청소 상태나 개인 위생까지 관리받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나는 병사가 아닌 장교로 복무했다. 육군이 아닌 해군에서 근무했으며, 20대를 돌아볼 때 ‘병역’은 늘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였기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고, 군 생활을 다룬 코미디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주변의 MSG 가득한 군대 이야기들은 내 불안을 더욱 키웠다.


‘과연 내가 그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장교 후보생으로 훈련을 받으며 느낀 건, 군대도 결국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함께 고생한 동기들이 있었고, 그 당시엔 무서웠던 선임 간부들도 지나고 보니 대부분 임관한 지 1~2년 남짓한 초임 간부들이었다.


특히 훈련 중에는 대기하며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 동안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먹고 싶은 음식, 휴가 계획, 임관 후 하고 싶은 일 등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 사회에서의 일상, 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했다. 아무리 많은 생각을 해도 국방부의 시계는 느리게만 흘러가는 듯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생겼다.


사회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미래에 대한 계획, 불안, 감정의 괴리감 등이 겹쳐질 때면 수첩과 볼펜을 들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군 생활이라는 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시간이기에,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생각들을 남기고 싶었다. 나중에 장교로 임관한 뒤 초심을 되새기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도록, 메모장에 최대한 많은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훈련 후 짧은 휴식 시간에도,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혼자 글을 쓰곤 했고, 좌학 시간에 졸음이 몰려올 때도 틈틈이 기록했다. 보급받은 수첩과 볼펜을 모두 쓸 정도로 열심히 썼다. 동기들 사이에선 "연애편지를 쓰는 줄 알았다"고 놀림을 받기도 했다.



P.S. 이 글은 철저히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다른 이들의 군 생활과는 다를 수 있음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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