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프로젝트 - 19
최근에 2주 연속으로 10km 기록을 갱신했다.
기록이라는 건 숫자일 뿐인데,
그 숫자 하나에 기분이 꽤 좋아졌다.
조금 더 나아졌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증명해주는 것 같아서.
마라톤은 내가 쉽게 놓고 싶지 않은 활동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 오래도록 계속하고 싶은 일이다.
입으로는 종종 “그냥 재미로 달리는 거예요”라고 말하지만
막상 출발선에 서면 마음이 달라진다.
잘 뛰고 싶고, 기록을 올리고 싶고,
누군가에게 잘 뛴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그 마음을 억지로 눌러두진 않는다.
그것도 지금 내 모습이니까.
함께 뛰는 가이드는 매번 달라진다.
처음 만난 사람일 때도 있고,
내 속도보다 느린 사람과 맞춰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조금 숨이 찰 정도의 호흡을 참고, 결국 완주했다는 감각은 늘 같다.
조금 힘들더라도 다 뛰고 나면 몸 안에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다.
그게 내가 계속 달리는 이유다.
길을 다니다 보면 처음엔 몰랐던 단서들이 보이기도 한다.
내가 놓친 지형의 특징을 함께 뛰는 비장애인 가이드가 알려줄 때가 있다.
곡선 구간에 따라갈 수 있는 벽이 있었다거나,
그 벽이 끝난 다음에는 기준 삼을 것이 없었다는 말에
친구는 그 자리에 다른 힌트들을 덧붙여준다.
길을 눈으로 보는 것과, 지면의 감각만으로 걷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서로의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때야 비로소,
보는 사람도 내가 삼을 수 있는 기준을 짚어줄 수 있다.
요즘은 마음이 맞는 룸메이트와 함께 지낸다.
센스도 좋고, 함께 나눈 말도 편하다.
그런 연결도 이 활동을 하면서 얻는 소중한 보너스 같다.
얼마 전에는 등산도 다녀왔다. 눈이 많이 쌓인 산을 올라 정상까지 올랐고,
중간중간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기분은 꽤 좋았다.
이런저런 기록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달리고 있다는 그 자체,
움직이고 있다는 그 감각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옆에서
조용히 맞춰주는 누군가의 발걸음은
보이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작은 도움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조용히 세상에 증명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