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앉아 있는 시간을 제대로 못 보내게 됐을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지만 멈추지 못하는 이유

by 시나브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TV 광고에서 나왔던 문구 중 하나다.

당시 문구는 많은 패러디를 불러오기도 했다.


학생 때부터 직장 생활에 이르기까지

평일 대부분은 공부나 일로 채워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종종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기면,

나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성장’이라는 말을 앞세워 다음 단계를 준비하거나,

가만히 있으면 올라오는 불안을 애써 눌러보려 했다.


불안은 실체가 없지만

일과 휴식 사이 어디에도 제대로 머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잠시 피곤해서 가만히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내 손과 머리는 어느새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뭐라도 새로운 것, 더 나아질 수 있는 건 없을지 계속 찾게 된다.

그러다 문득, 내 불안을 건드리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이내 마음은 그 감정에 점령당하곤 했다.


군대에서도 비슷했다.

가만히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멍 때리는 시간조차 사치처럼 느꼈다.


요즘도 비슷한 것 같다. 퇴근 후, 약간의 에너지가 남아 있으면

그 시간을 좀 더 가치 있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은 앞선다.

하지만, 몸은 늘어지고,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뺏어 먹는 콘텐츠를 보다가

잠에 든다. 이런 시간이 나를 충전해 주는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앉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아니, 내 시간을, 내가 어떻게 하면 만족할 수 있을까?

불안하더라도 내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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