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수학교육

AI시대에 수학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by 유혜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지인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수행평가에 AI를 활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뤼튼을 이용해서 지수함수가 실생활에 쓰이는 예를 찾아오라고 과제를 내주었단다.

"그럼 모두 비슷한 답을 가져왔을것 같은데 어떻게 점수를 매겼나요?"라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학생들의 제출물 내용이 모두 달랐다고 한다.


단순히 AI가 찾아준 답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어떻게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해오는 것이 이 과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결국 정보를 습득하고 가공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였다.


나도 중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보면 가장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다. 어렸을때부터 항상 수동적인 태도로 학습에 임하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타인이 풀이해 준 답지나 교사가 알려준 방식을 그대로 베끼거나 기계적으로 외울 수는 있지만, 그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다. 시키는 숙제는 어찌어찌 해가지만, 정작 자신이 어디를 모르는지, 무엇을 더 알고 싶은지 명확히 질문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학습 습관이 고등학교까지 이어지게 되면 사실 고치기가 매우 어렵다. 당장 눈앞의 급한 내신부터 챙겨야 한다. 자기 주도적인 학습 방식이나 깊이 있는 사고를 할 틈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학생들이 5~10년후, AI가 모든 것을 다 처리해주는 세상에서 과연 어떤 직업을 가질수 있을까. 어쩌면 AI가 인간에게 명령하고 인간은 그저 복종하는 모습은 더이상 비극적인 SF소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우리의 성찰이 채 실천되기도 전에 AI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8186118i


내게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있다. 아이는 지금까지 한번도 수학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겁이 많아서 학원선생님이 무섭다고 못 갔던 것인데, 지금은 오히려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가 겁이 난다. 나는 이 아이가 획일화된 학원 시스템 속에서 그저 주어진 문제만 푸는 수동적인 계산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차마 볼 자신이 없다. 아이의 개성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릴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크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이 고민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날마다 고민하고 기도한다.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의 경쟁에 휩쓸리지 않기를, 자신이 행복한 길을 찾기를 바란다. 설령 그것이 AI시대에 어떤 모양으로 대체될지라도 자기 존재가 귀한 줄 알고, 사람이 귀한 줄 알고, 그 시대에 맞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도 나는 아이와 함께 수학을 공부한다. 원리와 개념 위주로 설명하고, 무한 반복한다. 어떤 바보같은 질문을 해도 놀랍게 칭찬해주고, 열 번 설명한 것을 못 알아듣는다고 해도 절대 화내지 않기로 다짐한다. 자기자식을 가르치는게 가장 어렵다는걸 매일 느끼면서도, 나는 오늘도 이렇게 선택한다. 지금의 내 선택이 아이의 중고등학교 시기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솔직히 장담할 수는 없다. 학원에 다니며 선행을 하고, 문제푸는 훈련이 되어 있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적이 안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 결과로 인해 아이가 실망하게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의 발전속도에 비해 우리의 교육은 너무나도 구시대적이라는 것, 경쟁만 하면서 문제푸는 기계가 되는 것은 앞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교육이 변해야 하지만, 그것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AI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너무 빨리 찾아올 것이라는 점. 그래서 나는 오늘도 대안을 고민하면서 아이와 함께 책상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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