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아기가 이상해

가치관 대혼란 육아 프로젝트 Part 1. 아기는 저절로 크는 줄 알았지

by 유혜

"응애~응애~"

"축하합니다. 공주님입니다."


드디어 태어났다. 열 달은 다 채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작은 생명을 지켜냈음에 해윤은 스스로가 기특했다. 아기는 곧바로 NICU(신생이중환자실)에 들어갔고, 해윤은 35주만에 아기와 떨어져 6인실 병동에 들어갔다.




자궁경부무력증, 그것이 그녀의 주된 병명이었다. 임신 전에는 알지 못했다. 그저 생리불순과 생리통이 심할 뿐, 다른 증상은 자각할 수 없었다. 선천적인 자궁 기형도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아기는 반쪽짜리 좁은 자궁에서 지내야 했고, 남들은 안정기라는 임신 24주 이후부터 수시로 조산위험이 찾아왔다. 말 그대로 자궁경부에 힘이 약해서 아이를 버텨낼 수 없는 상태였다. 위험한 순간이 올 때마다 조산방지주사를 맞으며 그저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24주에 태어나면 생존율 50%에요. 28주는 동메달, 32주는 은메달, 35주는 금메달입니다. 무조건 누워서 버티세요" 침대 옆에서 주치의가 말했다. 조용한 밤 시각, 그 소리는 6인실 병동에 울려퍼졌고, 커튼 너머로 모두의 귀기울임과 두려움과 응원의 파동이 동시에 느껴졌다.


해윤은 다니던 회사에 병가를 내고, 몇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35주 출산소식은 회사에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불렸다.


해윤은 24주 이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임산부 직장인일 뿐이었다. 출산 이후 생활에 대해 걱정하긴 했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심지어, 출산 이후에도 아기를 데리고 한 시간을 지하철 타고 이동해서 회사 근처 어린이집에 맡길 생각을 했다. 정말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하나님이 피임하는 건 죄라고 하시네"


해윤의 남편과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권사님은 이른바, '대언의 은사'가 있으신 분이라고 했다.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것을 전해주신다는 것이다. 포항에서 올라온 후배 예비 부부와, 그들을 맞이한 해윤의 부부, 이렇게 4명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자리에서 저런 말씀을 하셨다. 그때 해윤 부부는 유학을 준비하면서 결혼을 했던 터라, 아이는 당분간 갖지 않기로 했었다. 해윤에게 저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과 같았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죄라고 하신다면 그것을 멈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피임을 그만두었고, 아이가 생기더라도 하나님 뜻대로 순종하겠다며 기다렸다.


아이가 생긴 후, 해윤은 유학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여러 직급을 찾아보았는데 끌리는 직급이 하나 있었다. 7급 외무영사직이었다. 중국어와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고, 다른 과목만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고, 직장일을 하면서 틈틈히 공부를 했다. 어쩌면 해윤의 마음은 어떤 직업이든 외국에 나가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장차 태어날 아이에게 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기는 NICU에서 2주간 있었다. 그 2주간 해윤은 몸조리는 커녕, 유축기로 모유를 짜고 얼려서 매일 버스를 타고 면회를 다녔다. 아기는 특별한 이유없이 혈압과 맥박이 불안정했고, 병원에서는 온 몸을 스캔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해윤은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하루종일 아기를 위해 기도했다. 그러다가 집에 있는 귀신을 쫓아내는 꿈을 이틀 연속으로 꾸고 나서 아기는 갑자기 정상 컨디션이 되어 퇴원을 했다.


그 날은 금요일이었다. 해윤은 한손으로는 품 안에 너무나도 작은 아가를,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핸드폰을 자꾸 열어보는 해윤의 모습에 남편은 마음 아팠다. 해윤이 엄마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해윤은 엄마에게 아기가 퇴원했다는 문자를 남겼다. 바쁜 엄마는 답이 없었다.


남편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갑작스런 금요일 퇴원으로 인해 산후도우미를 구할 수 없어서 앞으로 3일간은 남편과 단 둘이 아기를 돌봐야했다. 해윤은 씩씩하게 다짐했다.


"아기 보는게 뭐 별거 있겠어. 잘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 갈아주면 되지."


칭얼거리면 가슴을 열어 입을 갖다 대었고, 아이는 오물거렸다. 얼마나 먹었는지 알수도 없었고, 칭얼거릴 때마다 가슴을 열었다. 천기저귀를 채웠는데, 자꾸만 비뚤어졌고, 아기는 불편해했다. 아이를 씻길 때는 아무리 유투브를 따라하려고 해도 너무 어려웠다. 목도 가누지 못하고 꼬물거리는 아기를 물에 담글 때는 정말 간이 콩알만해졌다. 스스로 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작은 갓난 아이는 밤에도 잘잤고, 낮에도 잠만 잤다. 오히려 면회다닐 때보다 해윤은 잠을 더 깊이 잘 잤다.


'원래 백일 전에는 자주 깬다는데, 아기가 순해서 다행이야' 해윤은 착한 아기에게 고마웠다.

주말이 지나고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셨다. 남편은 오늘부터 이주일간 미국출장을 떠났다. 해윤은 혼자 낯선 이모님의 방문을 받았다. 그 분은 능숙한 솜씨로 뚝딱뚝딱 미역국을 끓이셨고, 집을 청소하셨다. 해윤은 퇴원이후 처음으로 미역국을 받았다. 그런데 이모님께서 이상한 말을 하셨다.

"애가 아무래도 이상해. 아무리 신생아라도 저렇게 잠만 자지는 않거든.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퇴원한지 3일째 날이었다. 남편도 없었다. 산모 몸 먼저 챙기라고 미역국에 밥을 말아 주셨는데 눈물이 나서 삼켜지지가 않았다. 거의 먹지 못하고 콜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 아기는 이모님이 안으셨고, 해윤은 흐르는 서러움을 꾹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