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또 한 번 죽을 고비

가치관 대혼란 육아 프로젝트 Part 1. 아기는 저절로 크는 줄 알았지

by 유혜


해윤의 아기 이름은 '하임'이라고 지었다. 태중에서 위험한 시기를 겪을 때 남편이 교회에 가서 기도하다가 마음에 떠오른 이름이라고 했다. 해윤은 사실 아기 이름을 지을 때, 영어와 중국어로도 쉽게 불릴 수 있는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하지만 생사를 오가는 와중에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기 아빠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서 하임이라고 출생신고를 했다.


하임이는 퇴원 3일 만에 다시 병원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해윤의 손으로 직접 입원수속을 해야했다. 해윤은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나서 글자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다시 NICU에 들어갈 수는 없어서 어린이 병동으로 들어갔다. 2인실 병실에 들어가자 옆 자리에 있던 아이의 엄마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기가 너무 어린데... 저희 아이가 폐렴인데, 같이 있어도 괜찮은거에요?”


해윤은 병동 간호사들에게 이야기해서 병실을 바꾸었다. 화를 낼 정신도 없었다.

새로 들어간 병실 옆자리에는 아가의 몸 크기와 비슷한 아기가 온 몸에 주사바늘과 각종줄을 마치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처럼 걸고 있었다. 그 아기의 엄마는 아이의 옷을 손빨래 하여 병원 천장에 빨랫줄을 달아 널고 있었다.


“저희 아이가 많이 작고 아파서...”

오늘 처음 본 그 아기의 엄마는 동질감을 느낀다는 눈빛으로 해윤을 쳐다보며 웃었다. 앞으로 한 병실에서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읽혀서 해윤은 그 눈빛을 외면했다.


몇 분 후에 담당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와 해윤의 아기를 진찰했다.

“아기의 몸무게가 3일 전보다 줄었어요. 혹시 모유 먹이셨어요?”


'모유를 먹인게 무슨 잘못이지?' 해윤은 당황했다.


“아기가 아직 많이 약해서 모유를 빠는 힘이 부족해서 아마 못 먹은 것 같아요. 지쳐서 그냥 늘어져 있던 거에요. 모유는 유축해서 젖병에 담아 먹이고, 미숙아 분유를 혼합하세요. 며칠 입원해서 지켜보죠.”


해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남들처럼 당연히 출산 전까지 회사에 다니고, 당연히 자연분만하고, 당연히 완모(완전모유수유)할 줄 알았다. 분유를 혼합해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자존심을 깎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이 계시던 이모님이 해윤의 팔을 잡아 끌었다.


“혹시 몰라서 내가 집에서 나오면서 모유 녹인 것을 젖병에 담아서 와서 지금 잠깐씩 먹여봤거든. 근데 아이 얼굴에 생기가 돌아. 내가 살려볼게. 입원하지 말고 그냥 가요.”


입원하는 것은 무섭고, 의지할 곳은 경험 많은 이모님 밖에 없었다. 병원 지하에서 미숙아 분유를 사서 돌아왔다.


"지금부터는 잘 먹고, 잘 자는 것만 생각해. 애기는 내가 볼께. 산모가 건강해야 모유가 잘 나오지."


그 이후로 해윤은 이모님이 해주시는 음식을 잘 먹고, 잘 자고, 모유를 잘 생산하는 일에 집중했다. 아기에 대한 모든 케어는 이모님이 전담하셨다.


아기는 정말 연약했다. 젖병에 담긴 양을 조금이라도 늘려볼려고 하면 어김없이 분수토(분수처럼 토하는 것)를 했다.


어느날, 해윤이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이불에 눕히고 자는 것을 확인한 뒤 화장실에 다녀왔다. 돌아와서 아기를 본 해윤은 소리를 질렀다. 아기는 누운 채로 토를 했고, 토가 기도를 막아 숨을 못쉬고 입술이 파래져 있었다. 고작 2분 정도 되었을까.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다.


"악! 하임아!!"


해윤의 비명을 들은 이모님이 설거지 하시다말고 뛰어오셨다. 그리고 바로 아기를 한손으로 옆으로 받쳐 안고 등을 내리치셨다.


"아이고, 아가... 아이고, 주여..."


해윤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그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모님은 아기 하임이의 등을 내리치고 문지르고 한참을 하셨다. 그 시간이 몇 분은 지난 듯 느껴졌다.


“으앵~” 아기는 겨우 숨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모님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셨다.

해윤은 아기를 품에 안고 엉엉 울었다.




하임이가 태중에서 24주가 되고 의사에게 생존율 50%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자신의 몸에서 아기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다. 그건 모성애는 아니었다. 하임이가 태어나고 육아하느라 힘이 들어도, 젖소처럼 먹고 자고 모유만 생산하고 있어도, 아기를 살리기 위한 것일 뿐, 모성애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임신하고 출산을 한다고 모성애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 아기라는 존재가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고, 쉽게 장애를 입을 수 있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면서 해윤의 마음 속에는 알 수 없는 부담감이 생겨났다. 그것을 아직 '모성애'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책임감'같은 것이었다. 내 선택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 내가 없이는 잠깐의 호흡도 잘못될 수 있는 존재.


산후도우미 이모님은 사실 지방에 어떤 노인요양원에 계시는 목사님이라고 했다. 부업으로 산후도우미 일을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마지막 아기 한번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다고. 그 아기가 해윤의 아기였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하셨다. 조리원에 있었거나, 경험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났을 거라고.


하임이는 누워있을 때 이유없이 깜짝 놀라며 두 팔을 경련하듯 떨었다. 경험많은 이모님은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있다 와서 그렇다며 속싸개로 아이를 꽁꽁 싸매야 안정감을 찾는다고 알려주셨다. 좁은 화장실에서 어떻게 아기를 씻겨야 할지도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직접 시장을 봐서 10분 언덕길을 올라와 각종 반찬을 만들어주셨고, 때마다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큰 수박을 낑낑들고 직접 사오셔서 시원하게 만들어두셨다가, 산모는 찬 기운이 가시면 먹어야 된다면서 미리 준비해주셨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배고플 때 울기 시작했고, 입 옆을 톡톡 두드리면 고개를 돌리는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새로 태어난 아기 같았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던 해윤도 많이 회복이 되었다.


그런데 고작 일주일을 함께 지낸, 정든 이모님이 이제 떠나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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