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드디어 완모 성공

가치관 대혼란 육아 프로젝트 Part 1. 아기는 저절로 크는 줄 알았지

by 유혜

"당분간 분유는 꼭 60ml 씩만 먹여. 70ml 먹이면 토하더라."


이모님은 떠나시면서 여러가지를 이야기해주셨다. 하루종일 좁은 집 안에서, 찾아오는 이도, 연락오는 이도 없이 아기와 단 둘이 있어야 하는 해윤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셨다.

이모님이 현관문을 나가신 이후, 해윤은 한참을 그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이제부턴 엄마랑 하임이랑 둘이야. 우리 잘 지내보자."

사실 속마음은 너무나 두렵고 무서웠지만, 해윤은 아기에게만큼은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모님이 가신 후에도 아기는 가끔 분수토를 했고, 경련을 했다. 하지만 이제 해윤은 이모님의 조언을 기억하며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해윤은 엄마로 자라갔다.




어느날부터 하임이가 자주 칭얼거렸다. 이제 좀 컸으니 먹는 양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서 모유를 더 주기도 하고, 자주 안아주기도 했다. 그때쯤 해윤은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걱정이었다. 맘카페에 질문을 올리니 다른 엄마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지낸 시간도 있고, 분유를 혼합하면서 신생아와 산모가 사이클이 서로 어긋난 것'이라며 모유 마사지를 추천해주었다. 해윤에게 이 맘카페는 친정보다 더 가까운 공간이었다. 어떤 두려움도 나눌 수 있는 곳, 어떤 궁금증과 어떤 어려움도 함께 나누고 공감받고 해결받을 수 있는 곳. 가끔 맘카페에서의 답변이 정답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곳에서 해윤은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친구와 함께 있는 기분을 느꼈다.


맘카페에서 추천을 받아 집근처에 있는 모유마사지 지점을 찾았다. 그 곳에서는 아기의 하루치 기저귀 무게와 분유량, 모유횟수 등을 체크하고 아기와의 사이클을 맞춰주며 완모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전직 대학병원 수간호사 출신이라는 원장님은 하임이를 보고 말씀하셨다.


"이 아기는 엄마를 정말 좋아하네요."


해윤은 의아했다.

"모든 아기들은 당연히 엄마를 좋아하겠죠."


"아니에요, 얘는 엄마를 특히 더 좋아해요."


대체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지 해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분의 진단은 충격이었다. 해윤이 그동안 아기를 '과식'시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기는 먹는 양이 많아 뱃속이 불편했고, 그래서 자주 칭얼거린 거라고.


정말 어려웠다. 태어나서는 먹지 못해 몸무게가 줄고 늘어져서 잠만 잤었는데, 이제는 과식을 시켜서 배가 불편했단다. 모든 것이 엄마, 엄마,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그 곳 원장님의 도움으로 모유와 분유 먹는 시간을 조정했다. 분유를 점점 줄이고 모유를 늘리는 계획이었다.


하임이가 생후 80일쯤 되었을 때, 집 근처로 친구들이 놀러왔다. 집 안에 초대하기에는 너무 어질러져 있어서 남편에게 하임이를 맡기고 거의 처음으로 사적인 외출을 했다. 친구들은 해윤이에게 살이 많이 빠졌다며 걱정을 했다. 친구들과 몇 분 같이 있지도 못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애기가 분유를 안 먹어. 이럴 때 어떡해야 해?"


마사지 원장님이 만들어준 계획에 따라, 하루 종일 거의 모유만 먹이고, 하루 1회 정도 분유를 먹일 때였다.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남편에게 분유를 먹이도록 가르쳐주고 나온 상태였다. 평소에도 젖병에 먹을 때는 아빠가 직접 먹였던 적이 많은데 왜 하필 지금 안 먹는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친구들과 아쉬운 만남을 뒤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 하임이를 안으니, 배가 고팠던 하임이는 엄마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입을 벌리고 얼굴을 비볐다. 가슴을 열어주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생후 80일, 그토록 원했던 완모의 순간이었다. 그 후로 하임이는 분유를 한번도 먹지 않았다.


분유와 모유 중에 어떤 것이 좋은지는 많은 의견들이 있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할 수도 있고,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서 분유를 먹을 수도 있다. 혹은 영양이 불균형한 모유보다는 분유가 훨씬 좋다고 볼 수도 있다. 해윤이 완모(완전모유수유)를 원했던 이유는, 어쩌면 자기만족이었다. 산모들 사이에서는 왠지 분유를 먹이면 엄마로서 부족하게 평가받는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이유는 몰라도, 해윤은 그런 분위기에서 꿀리고 싶지 않았다.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고 평가받을 때 지고 싶지 않았다.


해윤이 자라온 환경이 그랬다. 학교에서는 항상 경쟁하고, 평가받고, 비교하고, 이기는 것만 배웠다. 그렇지 못하고 무리와 다른 생각을 하면 특이하거나 뒤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분유든 모유든, 엄마와 아기가 편하고 건강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이 무엇보다 잘나거나 못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해윤 또래의 여성들은 항상 잘나고 싶었다. 좋은 엄마로, 유능한 엄마로 평가받고 싶었다.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이 엄마탓인 것 같다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경쟁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엄마들은 여전히 경쟁밖에 모르고,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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