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다세대 라이프
새로 이사갈 집은 다세대 빌라였다. 그동안 다가구에만 살다가 처음으로 세대별로 집주인이 분리된 '다세대'에 살게된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일단, 내 머리 위에 집주인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지 않다는 것이 정신적인 자유를 주었다. 첫번째 신혼집에서는 윗집에 집주인이 살았지만 좋은 분들이었다. 하지만 두번째 집에서 임대인들에게 너무 수모를 당해서인지 집을 보러 다닐 때 집주인이 한 집에 살고 있는 다가구는 기피하게 되었다.
또한, 다가구에서는 집주인의 휘하 아래 모든 세대들이 종속되어 있는 느낌이 있었다. 지난번 집에 살 때, 아이와 함께 골목수퍼를 지나가면, 임대인 할아버지가 낮술을 드시고 계시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럴때마다 그 할아버지는 우리 아이를 가리키며 "얘가 우리 집 막내야, 어이구 이뻐~" 하셨다. 우리 애가 왜 할아버지 집 막내인지. 자기 빌라에 살면 다 같이 한 가족이라도 되는 줄 아는지,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사탕 하나 사준 적도 없다.)
다세대에서는 이웃집 주민들이 모두 평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가도 있고 임차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세대니까 서로 눈치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었다.
집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Sh에서는 지원금을 6천만원으로 상향해줬지만, 여전히 부동산과 임대인들은 Sh 임차인들을 기피했다. 어렵게 구한 집은 신축 5년된 다세대 빌라였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이라는 치명적인 단점보다는, 개별 창고도 있고 옥상도 사용할 수 있다는 별 것 아닌 장점을 크게 보고 계약을 했다.
잔금을 치르는 날, Sh에서 파견된 법무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Sh나 Lh에서 지원받는 거 좋게 생각하지 마요. 내가 이 일을 오래 해보니까, 결국엔 대출받아서 빨리 집 산 사람이 더 돈 버는 거에요. Sh지원금 받으면서 대출이자 아끼는 만큼 저축해서 빨리 자기 집 사요."
안 그래도 청약통장 납입인정기간이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이 법무사의 말은 확신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분양공고를 살펴보며 기다렸다.
새 집은 투룸이 좁긴 했어도 신축이라 깨끗했다. 임대인도 좋은 분이었고, 한 세대가 반장역할을 하면서 빌라관리도 잘 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인 점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이는 학교에 다녀와서 집에 걸어올라가지 못해서 계단에 앉아 몇번씩 쉬어가곤 했다. 그 때마다 미안했다. 너무 급하게 구한 것은 아니었을까. Sh가 되는 집을 찾지 말고 대출을 받아서라도 살기 좋은 곳을 찾을 걸 그랬나, 후회가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빌라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관리비가 높게 나와서 기피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저층세대는 그럴 수 있겠지만, 고층세대 임대인들은 이제라도 외벽에라도 엘리베이터를 만들어서 달면 안되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막상 살아보니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임차도 잘 안 나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물건이 Sh로 가능했던 것 같다.)
빌라에서는 반장아저씨를 중심으로 몇달에 한 번씩 다같이 청소하는 날이 있었다. 이 때 나가서 이웃들과 인사도 하고 청소도 하는 보기드문 광경이었다. 물론 모든 세대가, 특히 임차세대는, 다 출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되도록이면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이웃들도 새로 이사온 우리 집과 우리 아이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 중, 403호에 특이한 아줌마가 한 분 계셨다. 평소에 옥상에서 마주치기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는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 아줌마는 우리가 그 집에서 사는 2년 중에 마지막 6개월의 시간을 악몽으로 만들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