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준 마음은
시와 그림, 그리운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글을 사랑하셨다.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독서를 즐겨하셨고
간암 투병 중에도 내가 읽고 있는 책을
한 장, 두 장 넘겨보실 만큼
늘, 글과 함께 하셨다.
어느 날 출근길에 할아버지 옆에 서서
"할아버지, 저 작가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내 손을 꼬-옥 잡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작가는 먼저 자기의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해.
네 삶을 글로 써봐."
할아버지의 말씀은 나에게 도전이 되었고,
그 이후로부터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모아 시로 적어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려고 신발을 신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 작가, 일어났어? 오늘도 힘내."
나의 직업은 따로 있었지만
할아버지 마음속에 이미 나는
작가였나 보다.
투병 끝에 지금은, 아름다운 별이 되신 할아버지.
작가의 꿈을 심어주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시를 한 편 적어본다.
[그대에게 준 마음은]
그대에게 준 마음은
그대가 떠나고 난 뒤
오롯이
나에게 돌아온다
고요히
내 마음 한가운데
언덕이 된다
빗물이 나리면
꽃이 피어나
언덕을 진한 향으로 물들인다.
그대의 향이
코 끝에 맺히면
다시금 언덕을 찾아온다
그곳에 기대어
,
그대를 닮은 별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