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이 아닌, 친구였다.
강아지 산책 때문이라도 하루에 3번씩 가벼운 외출을 나선다.
한참 장마철인 요즘, 비가 안 오는 시간대를 잘 살펴가며 산책하고 있는데
오늘 기상청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아버렸다.
오후 3시부터 잠깐 비가 안 온다길래 허겁지겁 강아지 목줄을 채우고
길을 나섰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 하늘은 맑고, 햇볕까지 쨍쨍한데
하늘에서 후두둑 - 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집 근처라 금방 비를 피하긴 했지만
그 순간 짧은 생각이 지나쳐갔다.
'내 안에도 소나기가 내리지 않았을까., '
맑은 줄로만 알았던 마음에 소나기가 내리고 있진 않았을까,
내 하루는 기쁨으로 가득 차야 된다는 강박에
슬픔을 애써 외면한 것 같았다.
오늘 비를 맞아보니,
시원했다.
물론 쫄딱 젖은 채로 집에 들어와야 했지만
씻어내고 말리면 언제 맞았는지도 모르게 금방, 사라진다.
가끔은
소나기를 온전히 맞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