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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형준 변호사 May 03. 2019

보헤미안 랩소디

피아노

   2019. 1. 25. 스페인 세비야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스페인 세비야에서의 숙소는 페르난도 3세 호텔이었습니다. 페르난도 3세 호텔의 로비에는 피아노 1대가 있었습니다. 오전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고, 다시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서는 길에 아들이 로비에 있던 피아노 앞에 앉아 프레디 머큐리가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피아노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시작하던 것처럼 피아노를 두드립니다.  

    

당시 아들이 보헤미안 랩소디의 전곡을 다 연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앞부분 몇 마디를 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앞부분 몇 마디의 연주에 로비에 있던 페르난도 3세 호텔의 직원들이 모여들어 아들의 짧은 연주를 경청해 주었습니다. 음악이 만국 공통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고,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곡이 스페인 세비야에 사는 사람도 알고 있는 명곡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직원은 짧은 연주를 마치고 나가는 아들에게 엄지 척을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아시아의 작은 소년이 말도 통하지 않는 스페인의 한 어른과 피아노로 연주한 보헤미안 랩소디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2018. 10. 31. 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적인 재미가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 없이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을 듣기 위해 무작정 보게 되었습니다.     

퀸의 결성 과정, 주옥같은 음악이 탄생하게 된 경위 등이 잔잔하게 펼쳐지면서 쏟아지는 퀸의 음악은 심장을 울렁이게 했습니다.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 퀸의 해체 위기 후, 서로 간의 신뢰를 되찾은 후 시작되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퀸의 음악은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기사 윌리엄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윌리엄(히스 레저)은 중세시대의 기사였던 엑터 경의 종복에 불과했는데, 엑터 경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윌리엄이 신분을 속이고 마상 창 시합에 참가하게 됩니다. 이후,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엔 기사 작위를 수여받게 된다는 것이 영화 기사 윌리엄의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언제 봤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영화 기사 윌리엄 중에서 잊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윌리엄이 죽은 엑터 경 대신 마상 창 시합에 참가하는 도입부에 퀸의 “We Will Rock You”가 흘러나옵니다. 마상 창 시합의 관중들은 “We Will Rock You”의 리듬에 맞춰 손바닥을 마주치고, 발을 구릅니다. “Love Of My Life”를 떼창 했던 관객들과 호응하기 위해 “We Will Rock You”가 만들어졌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기사 윌리엄의 위 도입부 부분은 퀸에 대한 오마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가 주제곡인 “리플레이스먼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NFL의 어느 팀의 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연봉이 적다며 파업을 하자, 그 팀의 구단주는 지미 맥긴티(진 해크먼)를 불러 감독으로 임명하면서 대체선수들로 팀을 꾸려 파업이 끝날 때까지 시합을 하게 합니다. 지미 맥긴티는 스모 선수, 슈퍼마켓 점원, 경찰 특공대 출신, 교도소 복역 중인 사람, 왕년의 축구선수, 잘 나가다가 한 번의 패전으로 잊히게 된 쿼터백(셰인 팔코-키아누 리브스)등을 영입하여 경기를 해 나갑니다. 각자의 개성으로 충돌이 잦던 팀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I Will Survive”라는 노래를 부르며 단합하기 시작하고, 큰 성과를 이루어 가기 시작합니다. 파업이 끝나가고 대체선수들의 마지막 시합이 시작되기 직전에 퀸의 “We Are The Champion”이 잠시 흘러나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클라이맥스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퀸이 “We Are The Champion”를 부르자, 관중들도 함께 따라 부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순간 리플레이스먼트라는 영화와 영화 후반부 짧게나마 흘러나왔던 “We Are The Champion”이 생각났습니다.     





   무명의 그룹에서 세계적인 명곡들을 탄생시킨 그룹으로, 비천한 종복의 신분에서 기사로, 끝이 예정된 대체선수들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챔피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퀸의 음악은 희망을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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