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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나의 자작시 2

by 박형준 변호사

책갈피에 씌여 있는 시나 좋은 말 들을 일기장에 옮겨 써본 적이 있는 데 그 때가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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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앞 표지에 주윤발, 성룡, 왕조현의 스티커 사진을 붙여 놓았고, 일기장 뒷 표지에는 성룡, 박상원, 김혜수, 최수지의 스티커 사진으로 장식을 했습니다. 저에게도 유명 영화배우들을 선망하고, 그들의 사진을 가까이에 두고 간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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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에 자작시를 지어 실기 평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는 않았지만, 옮겨 적던 것에서 더 나아가, 처음으로 시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제 일기장에 쓰여 있는 자작시는 총 4개인데, 4개 전부가 다 국어 실기 평가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각 시마다 어떠한 상황을 상상하면서 그 상상 속의 이야기를 제 나름의 시어로 풀어 내보려 했던 것 같은데, 그 상상 속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합니다. 제 자작시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감정을 표현한 시어들이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너 누구니 하며.......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짧고 간략한 시어로 풀어 내는 일 제 스스로는 시인은 천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오래되고 흐릿한 기억이지만, 미국에서 어느 판사가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판결문의 내용을 시로 표현을 기재했다라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인 제가 준비서면을 작성할 때 서면의 내용을 시로 표현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 봅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그렇게 작성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송 중에 제출하는 서면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사실관계 설명에 다시 논리적 설명을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어느덧 12년 차 변호사가 되었지만 서면의 내용을 설명으로 채우다 보면 글이 길어지고 쪽수가 늘어나기 일쑤입니다. 아직 더 많은 서면과 글을 써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길지 않고 간결하지만 모든 설명과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이해가 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나의 자작시 2


언제부턴지 비는 내리고

창밖의 회색빛 거리에서

피어나는 우산 속의 사랑은

나의 공허함에 무거운 추를 단다.



가볍지만 뜨거웠던

한 쌍의 종이학은

차가운 물방울에 적셔도

오토바이를 벗 삼아

온몸을 태우려고 했고



서로의 생일에 밝혀둔

케익은 빗속에

엉망진창이 되어도

하나의 기쁨으로

영원히 살아가려는

날개 짓으로



하지만 희미해져 간

추억들만이

내 방안에서 윙윙 거린다.

단지, 커튼만이 마음의 눈물을

닦아주고

꿈만이 빈상자의 고독함을

채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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