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형준 변호사 Jan 16. 2020

자작시

나의 자작시 2

   책갈피에 씌여 있는 시나 좋은 말 들을 일기장에 옮겨 써본 적이 있는 데 그 때가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기장 앞 표지에 주윤발, 성룡, 왕조현의 스티커 사진을 붙여 놓았고, 일기장 뒷 표지에는 성룡, 박상원, 김혜수, 최수지의 스티커 사진으로 장식을 했습니다. 저에게도 유명 영화배우들을 선망하고, 그들의 사진을 가까이에 두고 간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에 자작시를 지어 실기 평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는 않았지만, 옮겨 적던 것에서 더 나아가, 처음으로 시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제 일기장에 쓰여 있는 자작시는 총 4개인데, 4개 전부가 다 국어 실기 평가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각 시마다 어떠한 상황을 상상하면서 그 상상 속의 이야기를 제 나름의 시어로 풀어 내보려 했던 것 같은데, 그 상상 속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희미합니다. 제 자작시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감정을 표현한 시어들이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너 누구니 하며.......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짧고 간략한 시어로 풀어 내는 일 제 스스로는 시인은 천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오래되고 흐릿한 기억이지만, 미국에서 어느 판사가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판결문의 내용을 시로 표현을 기재했다라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인 제가 준비서면을 작성할 때 서면의 내용을 시로 표현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 봅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그렇게 작성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송 중에 제출하는 서면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사실관계 설명에 다시 논리적 설명을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어느덧 12년 차 변호사가 되었지만 서면의 내용을 설명으로 채우다 보면 글이 길어지고 쪽수가 늘어나기 일쑤입니다. 아직 더 많은 서면과 글을 써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길지 않고 간결하지만 모든 설명과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이해가 되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나의 자작시 2    


언제부턴지 비는 내리고

창밖의 회색빛 거리에서

피어나는 우산 속의 사랑은

나의 공허함에 무거운 추를 단다.    



가볍지만 뜨거웠던

한 쌍의 종이학은

차가운 물방울에 적셔도

오토바이를 벗 삼아

온몸을 태우려고 했고



서로의 생일에 밝혀둔

케익은 빗속에

엉망진창이 되어도

하나의 기쁨으로

영원히 살아가려는

날개 짓으로    



하지만 희미해져 간

추억들만이

내 방안에서 윙윙 거린다.

단지, 커튼만이 마음의 눈물을

닦아주고

꿈만이 빈상자의 고독함을

채울 뿐    



매거진의 이전글 붕어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