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바라봅니다.
눈을 마주쳐 봅니다.
당신이 가는 길을 따라
시선을 돌립니다.
당신이 어느 곳을 향해 가는지
분명하게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만 바라봤는데
당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주위로 돌려 보지만
어디를 바라보아야 할지
걸어온 대로 그저 걸어가 보지만
이제는 빛을 잃어버려
앞으로 가고 있는지
뒤로 가야 할지
옆으로 가는지
방향을 잃어버렸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해
읊조리지만
조금씩 짙은 어두움이 내려오고
캄캄한 세상
받치고, 들어 올리려 애써보지만
힘에 부쳐 주저앉게 되네요.
어느 날, 오래전에 이미 그렇게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당신을 잊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어렴풋한 당신의 얼굴을 보게 합니다.
희미한 빛이 들어와 어둠이 걷히고
여전히 당신은 보이지 않으나
각인된 얼굴에 시선을 돌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이제는 분명합니다.
-2022. 9. 11. 박 형 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