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인지혁명
제1부
10만 년 전 지구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존재하는 종은 하나뿐이다.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수렵 채집을 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 곳에 모여
도시와 왕국을 건설하였는가?
어떻게 신과 국가와 인권, 돈과 책과 법을
신봉하게 되었는가?
앞으로 천년동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인가?
대담하고 도발적이며 전방위적인 지식을 담은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간다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에 도전한다.
우리의 신념, 우리의 행동, 우리의 힘,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0년 전 사피엔스가 처음 나왔을 때 뉴발하라리는
사인한 이 책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했다.
그때 처음 받아 든 사피엔스책은 일단 두께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한 뉴발하라리
더욱 자세히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꽂이에 고이 간직해 온 사피엔스를
다시 10년 만에 꺼내 들었다.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서는 마침내 약간의 실질적인 진보를 이룩했다.
기근과 전염병과 전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의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대다수 인간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최근의 일이며 확신하기에는
상황이 지나치게 불안정하다.
더구나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 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우리는 친구라고는 물리법칙밖에 없는 상태로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면서 아무에게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의 친구인 동물들과 주위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움 이외에는 추구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먹을 것이 가득 찬 냉장고가 딸린
고층 아파트에 살지만 우리의 DNA는
우리가 여전히 사바나에 있다고 생각한다.
설탕과 지방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욕구가 대표적인 증거다.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가 결국 성공하리란 것을
저자는 의심하지 않는다.
인류는 앞으로 몇 세기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생명공학적 신인류, 영원히 살 수 있는 사이보그로 대체될 것
이다. 환경파괴로 인해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영생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인간의 일상적 행복은 불질적 환경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는 유명한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돈은 차이를 가져오지만 그것은 가난을 벗어나게 해 주었을 때뿐이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돈이 더 많아져도 행복 수준은
거의 혹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복권에 당첨되면 잠시 행복해질 수는 있지만
대략 1년 6개월이 지나면 일상적 행복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사피엔스가 놀라 정도로 잘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편, 같은 정도로 잘못한 영역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
가축의 취급 방식은 역사상 가장 큰 범죄다.
현대인은 옛시대의 사람들에 비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인간은 현재 스스로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 있다.
익히는 요리법 덕분에 인간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식사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일부 학자는 익혀 먹는 화식의 등장,
인간의 창자가 짧아진 것
뇌가 커진 것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다란 창자와 커다란 뇌를 함께 유지하기는 어렵다.
둘 다 에너지를 무척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다.
현대의 경우를 보아도 사피엔스 집단은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의 작은 차이만으로도 곧잘
다른 집단을 몰살하지 않는가.
원시의 사피엔스라고 해서 자신들과 전혀 다른 인간 종에게 이보다 더 관용적이었을까?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친 결과는 틀림없이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심각한 인종청소였을 것이다.
사피엔스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1. 우리의 언어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
2. 우리의 언어가 진화한 것은 세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서였다는데 동의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협력은 우리의 생존과 번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언론인은 원래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었고,
언론인들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를 사회에 알려서 사회를 이들로부터 보호한다.
아마도 뒷담화이론과 '강변에 사자가 있다'
이론은 둘 다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언어의 진정한 특이성은 사람이나 사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 직접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말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는 사피엔스뿐이다.
전설, 신화. 신, 종교는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이전의 많은 동물과 인간 종이 "조심해! 사자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혁명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수없이 많은 이방인들과 매우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전통적이고 정적인 패턴으로 협력하는 50명의
네안데르탈인은 융통성이 많고 창의적인 사피엔스 5백 명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설사 사피엔스가 1회전에서 패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다음번에는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재빨리 찾아냈다.
인지혁명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나?
ㅡ새로운 능력ㅡ
호모 사피엔스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
사피엔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
부족정신 국가, 유한회사, 인권 등 실제로 존재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
ㅡ폭넓은 결과ㅡ
사자를 피하고 들소를 사냥하는 등의 복잡한 행
동을 계획하고 수행한다.
규모가 더 크고 응집력이 더 강한 집단
3만 년 전 전형적인 수럽채집인이 손에 넣을 수 있는 달콤한 식품은 오직 하나. 잘 익은 과일뿐이었다.
무화과가 잔뜩 열린 나무를 발견한 석기시대 여성을 떠올려보자.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행동은
그 자리에서 최대한 먹어치우는 것이다.
그 지역에 사는 개코원숭이 무리가
모두 따 먹기 전에 말이다.
고칼로리 식품을 탐하는 본능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고층 아파트에 살며 냉장고에
먹을 것이 가득하지만, 우리의 DNA는 여전히 아프리카 초원 위를 누빈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통을 발견하편 한 숟가락 푸욱 떠서 먹고 점보 콜라로 입가심까지 하는 것이다.
이 '게걸스러운 유전자' 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렵채집인은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다양한 식단에 있었다.
농부는 매우 제한된 종류의 식품을 먹으며
불균형인 식사를 한다.
특히 현대 이전에 농업인구를 먹여 살린 칼로리의 대부분은 밀이나 감자, 쌀 등 단일작물에서 왔다.
여기에는 일부 비타민, 미네랄을 비롯해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여타 영양소가 부족하다.
고대의 수럽채집인은 수십 가지의 다양한 식품을
규칙적으로 먹었다. 농부의 조상인 수렵채집인은
아침에 각종 베리와 버섯
점심에 과일 및 달팽이와 거북,
저녁에는 토끼 스테이크에 야생 양파
를 곁들여 먹었을 것이다.
다음 날에는 전혀 다른 음식을 먹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다양한 식품은 고대 수렵재집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확실히 섭취하게 해 주었다.
게다가 단 한 가지 식량에만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식량의 공급이 끊어져도 문제가 덜했다.
수럽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합께 벌어졌던 별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만일 좀 더 많은 사람이 멸종의 제1의 물결과 제2의 물결
에 대해 안다면, 스스로가 책임이 있는 제3의 물결에 대해서 덜 초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미 얼마나 많은 종을 전멸시켰는지를 안다면, 아직 살아남은 종들을 보호하려는 의욕이 좀 더 생길 것이다.
이것은 특히 바다의 대형동물들에게 유효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