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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새미로의 갤러리 ㅡGLORIOUS

ㅡ충무 아트센터ㅡ

by 온새미로


THE

GLORIOUS


바다와 땅, 숲과 하늘의 경계에서 신비로운 색들이 피어난다. 끝없이 넓은 바다, 순백으로 둘러싸인 빙하 눈부시게 푸른 야생의 숲, 아름다운 태고의 자연 속에 평화로이 머무는 상상을 해본다.


물리적 시간과 세상의 경계가 사라진 그곳에선 오로지 자연의 시간만이 존재할 뿐, 인간의 시간은 그 속도감을

아예 잃은 듯하다. 자연이 보내오는 간결하고

온한 리듬이 우리를 치유의 감각으로 이끈다.

멀어졌던 지구와 더 깊은 관계 맺음을 위한 성찰의 시간, 우리에겐 지금 그런 고요의 시간이 간절하다.


기후 위기 대응은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이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2025년이 중대한 변곡점.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가 2030년과 2050년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를 좌우할 입법, 정책, 결정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은 기후변화로 당연시하던 일상이

위험 받을 수 있음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한 한 해였다.


1973년 이래 한국의 가을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따듯한 가을과 초겨울 뒤엔 기록적 폭설이 찾아들었다. 마치 앞으로 더 위력적인 재앙이

다가올 거라는 섬뜩한 예고처럼 말이다.


이렇듯 기후 이슈는 당장 해결해야 할 절박한 위험이다.

하지만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것이 바로 기후변화를

얼마나 내일처럼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감각,

기후 감수성(Climate Sensibility)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 몇 년 동안 기록적인 폭염과 홍수, 대형 산불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기후감수성, 그것은 끓는 시대'로 접어든 지구의 환경과 나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 철학을 기초로 한 기후 정의가 재정립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기후 위기 심각성에

공감하며, 사진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구문화재단의 CCPP(Climate Change Photo Project) 두 번째 기획전시의 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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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lorious World'

장엄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이다.


아직도 태고의 모습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상에서 시작되는 전시는 문명의 아름다운 삶이라는 미명 아래 파괴되어 가는 복잡한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마침내 고요한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당도하게 된다.


절박한 기후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고, 앞으로 살아갈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움' 말이다. 우리가 '아름다음'을 선택한 이유는 희망을 찾기 위해서다.


The Glorious World , 여기 전 세계를 누비며 아름다움에 관한 거대한 담론을 펼치는 네 명의 사진작가가 있다.

사진작가들은 우리가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 깊은 곳의 서사를 들려주며 기후 위기의 절박함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지구와 함께 존재하며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 준다.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의 시간 속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것은 단지 속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 동물이 함께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던 삶의 방식을 떠올리고 기억하며 새기는 것이다.


우리의 내면을 일깨우고 지구에 대한 관심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 속에서 깊은 치유의 에너지와 희망의 길을 발견하길 바란다.


석재현 예술감독


스나이펠스요쿨빙하 ㅡ아이슬란드
코툴루요쿨 빙하의 해빙 ㅡ아이슬란드
피아틀라박 ㅡ아이슬란드


해빙위의 사냥꾼 ㅡ그리난드
미키데 크리스안센ㅡ그린란드
북극의 해빙위 사냥꾼 ㅡ그린란드
티니테킬라크의 폭풍 ㅡ그린란드
네넷족의 캠프주변 ㅡ시베리아
툰트라 위의 알렉산드르 시베리아
사냥꾼 마즈올레 ㅡ그린란드


독수리 ㅡ로포텐
농부 ㅡ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농부 ㅡ아이슬란드
알래스카 ㅡ미국
나쿠루 ㅡ케냐
마사이 마라 ㅡ케냐
루이지아나 ㅡ미국
쓰촨성 대왕판다 ㅡ중국
스발바르 ㅡ노르웨이



마리나 비치ㅡ두바이
Cove beach ㅡ두바이
Floating seahorse ㅡ두바이
Chillout ice loungeㅡ두바이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병뚜껑, 라이터를

이용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제작했다.

24만개의 비닐봉투 ㅡ비너스


40만개의 병뚜껑


5만개의 담배 라이터


5만개의 비닐ㅡ고래




아름다움, 그것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아름다움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ㅡ존 오도너휴 ㅡ







CHRIS JORDAN

이사진 연작은 인간의 대량소비문화를 통계라는 간결한 렌즈를 통해 조명하고 있다.

각 이미지는 거대한 소비현상을 표현한다.

전 세계에서 10초마다 사용되는 비닐봉지의 개수, 미국에서 1분마다 소비되는 플라스틱 병의 개수 등을 표시한다.


사람들이 이런 수량을 단순히 숫자로 마주할 때와 이미지로 볼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뇌는 수천 이상의 단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수백만.

수십 억, 수조 단위로 표시되는 것들에 대해 듣곤 한다.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이런 현상은전체적인 모습을 보거나 사진을 찍는 등 다른 감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관련된 정보를 단조 곱게 받아들이게 된다.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면 무감각해지고 무관심해질 수 있다.


본프로젝트는 수만 장의 작은 사진을 모아 복잡하고 커다란

이미지를 구성합으로써 거대하고 기이한 사회의 척도를 시각적으로 마주하고자 했다. 근거리대 원거리,

하나대 다수등의 주제를 도입하여, 갈수록 거대하고 난해해지고 압도적인 인간집단 내에서의 개인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황홀한 폐허

크리스 조던

나는 지난 몇 년간 소위 선진국 문화의 어두운 면모를 직시하고 경험을 통해 생명의 기적이라는 선물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대량소비의 다양한 형태를 탐구했다.


집단적 의식 내에서 의식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점차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보며 우려를 느낀다. 누구도 원하지 않고 의도하지 않았을 법한 일들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어떤 힘이 우리를 민간성과

분리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최근에, 이런 현상의 반대편에 주목하는 것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랫동안 시인과학자들은

아름다움이 인간의 이기심을 되돌 릴 수 있고, 아름다움을

통해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에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가든, 아름다움의 은총은

지하의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및 년째 칠레 남부에서 지내는 동안 상상력을

사로잡는 '느림의 미학'을 발견했다. 파타고니아해안가에서

바다와 하늘이 빚어내는 미묘한 광경은 감각을 가라앉히고

인식은 확장시킨다. 지평선의 고요한 공간에서 영혼은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경은 변화하고 고요함은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경험을 한다고 문제가 즉시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아름다움은 마음을 잠깐 멈추고, 귀를 기물이고, 기억할 수 있는 둥지처럼 포근한 안식처가 되어 준다.




Full moon ri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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