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산문집
19세 청소년시절 작가님을 한순간에 녹여버린
행복의 노래
Whitney Houston과 장호철의
Greatest Love Of All
https://youtube.com/shorts/YdSVzCpRRJY?si=O-RSxoCOtWl7AwbO
Because the greatest love of all is happening to me
and so I learned to depend on me
I decided long ago
Never to walk in anyne's shadow
If i fail if i succeed
At least I'll live I believe
이정훈 작가의 글에는 인생이 보인다.
뺀질한 그의 첫인상에서는 엿볼 수 없는 삶의 여정과 고단함이 담겨있어 의외였다.
그리고 그가 진정한 글쟁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놀라게 하는 에세이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는
그래서 읽을 맛이 나는 산문집이다.
산다는 건 때론 싸우고, 때론 당하고, 때론 견디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자고 나면 각자의 일터로 나서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이나 되고 만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평범한 그 아무것이라도 되려고
매일 아침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문을 나선다.
밤이 지나면 대낮이 온다.
낮은 헐벗은 삶의 민낯이다.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억척같은 삶의 그물 짜기는
대낮에 일어나는 일이어서,
까맣게 어두운 밤보다 환한 대낮이
그래서 더 까마득한 법이다.
11. 아버지 공부
아버지가 되기 전까지 저에게 침묵은
소통의 부재이거나 무관심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되고 나서 깨달은 것은
말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현실들,
부모로서 느끼는 좌절과 무력감을
그대로 털어농을 수는 없습니다.
그 순간 침묵은 보호가 되고,
배려가 되고, 때로는 희생이
되기도 합니다.
침묵으로 가라앉혀야 하는 말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저는 제 아버지의 오랜 침묵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 나무의 나이테를 비유로 끌어왔을 때,
저는 침묵의 시간성을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나이테가 한 해 한 해 쌓이듯, 우리의 침묵도 시간을 두고 축적되는 것이니까요.
'아버지 공부'를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어린 시절 아들로서 아버지의 부재가 주는 상실감과 불안을 오롯이 느끼며 유년시절을 보냈을 어린 작가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6. 그림자와 노인
말하지 않아도 말하고, 숨기려 해도 드러내고, 잊으려 해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얼굴입니다.
얼굴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역사서입니다.
다른 누구도 쓸 수 없는, 오직 그 사람만이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죠.
그래서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전체와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 50살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말을 나는 조금 젊은 시절부터 가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나가는 쇼윈도에 문득 비추어지는 내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아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이제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자꾸만 내 얼굴이 맘에 안 든다.
19. 운수 좋은 날
기사님은 운수 좋은 날이라고 했다.
장거리 손님을 왕복으로 태워서 오늘 벌이는 다 했어요. 역까지 손님을 모셔다 드리고 이따 점심 약속이 있는데 거기까지 손님 한 분만 태울 수 있으면
오늘, 완벽합니다!"
완벽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구나 싶었다.
오늘 하루 기사님에게 필요한 행복의 몫은
장거리 손님 몇 명이면 충분했다.
이 시간 차 안은 따뜻했다. 햇살은 잘 닦인 유리창을 통과해 손등을 쓰다듬고 있다.
기사님이 말하는 완벽이란 단어에는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지질 않았다.
그것은 깃털처럼 가볍고,
봄바람처럼 경쾌했다.
단지 오늘처럼 대기 시간 없이 손님들이 이어지는
작은 행운의 나열, 그게 다인 듯했다. 소박하고, 단순하고, 명료한 삶의 방식,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온전히
자기 행복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로움인지 모른다.
20. "사랑해"의 반대말은?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것은 사실 현재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겠다는 말입니다.
그 말속에는 지금 여기서 마주하기 어려운
무언가에 대한 회피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실로 그리워한 순간들을 생각해 보세요. 다음'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와 진심으로 사랑했던 시간, 그 자리가 너무도 좋았던 순간들에는 다음에라는 말이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다음을 약속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선물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보장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전적인 투신 말
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
다음'이라는 말은 참 어울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