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얼굴을 한 '굶주림'

인물평전 : 세 개의 결핍이 만들어 낸 찬란한 파국의 서사

by 온 세상이 내 편


사랑, 명예 그리고 결핍 : 오나시스와 두 여자의 이야기

오늘 '온 세상'의 인물평전은 승자의 이름을 기리는 대신,사랑 때문에 무너지고, 명예 때문에 흔들리고, 결핍 때문에 길을 잃은 세 사람의 생애를 불러오려 한다.


우리가 위인을 이야기할 때 흔히 남긴 업적과 명성을 중심으로 말하지만,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방식은, 그들이 무엇을 가졌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결핍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오늘은 바로 역사속 세 인물, 세계의 선박왕 오나시스와 그의 두 여자의 생애를 통해 가진자의 그 반대편을 보려고 한다 — 잘난 삶이 아니라, 결핍 때문에 왜곡된 사랑의 초상.

그리고 그 왜곡이 어떻게 세 사람의 인생을 비틀었는지,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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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 1923—1977)

'사랑'에 전부를 걸어버린 여자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디바가 아니었다.

뚱뚱했고, 못생겼고, 무엇보다 엄마에게 환영받지 못한 딸이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예쁘지도 않고 사랑받을 상도 아니야. 그러니 노래라도 잘해야 한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결국 사랑 대신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는 법을 배운다.

칼라스는 그렇게 무대 위의 괴물 같은 완벽함으로 자신을 세웠다. 30kg을 감량하고, 세계가 인정한 프리마돈나가 되었을 때, 모두가 그녀의 노래를 사랑했지만 — 정작 그녀 자신은 단 한 번도 사랑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오나시스를 만난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녀에게 노래가 아니라 '여자'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다.

세상은 그녀를 목소리 로 기억했지만, 오나시스는 그녀를 ‘마리아’라고 불렀다. 그 순간, 그녀는 사랑보다 인정 욕구에 가까운 무언가를 오나시스에게 걸어버렸다.


“당신이 나를 여자로 본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디바가 아니었다.”


그렇다. 그녀에게 사랑은 연애가 아니라 생존이었다. 사랑받는 순간만이, 자신이 버려지지 않을 존재라고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사랑을 거는 방식이 격렬했던 만큼, 배신의 순간도 치명적이었다.

오나시스는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세상의 이목이 쏠린 자리에서 제클린 케네디와의 결혼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에게 그 소식은 신문을 통해 전해졌다.

그녀의 삶은 그날부터 그렇게 조용히 무너졌다.


파리의 작은 아파트.

세상이 잊은 그곳에서 그녀는 여전히 오나시스가 돌아올 거라 믿으며 문 쪽을 바라보다, 그렇게 홀로 세상을 떠났다.


2. 오나시스 (Aristotle Onassis 1906—1975)

'사랑'보다 '승리'를 원하는 남자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Aristotle Onassis 1906—1975)

그는 사랑보다 획득의 감각을 더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난민 출신, 바닥에서 시작해 담배 장사로 돈을 모았고, 마침내 ‘유조선 왕국’ 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제국을 손에 넣었다.


오나시스에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위치였다.

사람을 고르는 기준도 단순했다.

“나를 더 크게 보이게 하는가, 아닌가.”

그런 그에게, 마리아 칼라스는 열정과 헌신의 상징이었다. → “나를 신처럼 떠받드는 그녀, 모든 남자의 자존심이 원하는 바로 그 감정.”


반면, 그에게 재클린 케네디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징물이었다.→ 미국의 왕비, 모두가 부러워하는 이름.


그를 움직인 건 낭만이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도 밀리지 않겠다’는 광기 섞인 명예욕이었다.

그는 마리아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사랑보다 더 중독된 것이 있었다 — ‘승자의 자리’.

그리고 오나시스는 마리아가 아니라 세상의 중심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바로 케네디가 암살당한 후, 미국이라는 제국의 영혼이 되어버린 제클린 B. 케네디에게.

그에게 제클린과의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정복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내 배에 미국의 별을 태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사랑’이 아니라 ‘소유’에 가까웠다.사랑을 소유하려 할 때, 사랑은 사라진다.

정복은 곧 싫증으로 변했고 오나시스는 끝내 어느 누구에게도 완전히 머무르지 않았고, 자신의 제국 한가운데서 허무 속에 천천히 고립되어 갔다.


그의 아들이 항공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오나시스 왕국도 함께 무너졌다. 그 뒤로 그는 점점 말이 없어졌고, 한때 승리를 향해 광적으로 달리던 눈빛도 흐려졌다.

야망이 꺼진 남자는 그렇게 조용히 사라졌다.


3. 제클린 (Jacqueline Kennedy Onassis 1929—1994)

사랑보다 생존을 택한 여자

재클린은 ‘사랑’이 아니라 ‘생존 방식’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케네디의 미망인, 미국 전역이 숭배하던 우아함의 아이콘.

그녀는 단 한 순간도 ‘이미지’를 잃지 않는 법을 알았다. 케네디가 암살된 순간, 그녀는 한순간에 국가적 슬픔의 얼굴이 되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감정이 그녀를 붙들었고, 그녀는 사적인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그녀가 오나시스와 결혼했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사랑이 아니라 도피였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계약.”


그 말은 틀리지 않다. 제클린에게 사랑은 겉으로 주어지는 평온이 아니라, 생존을 보장해줄 구조였다. 후에, 그녀는 말했다.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도 살아남아야 했다.”


그리고 오나시스는 그녀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섬’이었다.

하지만, 오나시스는 재클린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전 세계가 부러워한 신부였으나, 그가 남긴 유산 중 그녀에게 돌아간 것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결국 많은 재산을 받지 못한 채 계약처럼 그 곁을 떠난다.

그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편집자로 일하며 조용히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간다.

사랑보다 오래 남는 것은 명성도 아니고 관계도 아니었다 — 결국 자기 자신 뿐이다.


4. 모두가 사랑했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다

마리아 칼라스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고, 결국 그 모든 것을 사랑에게 빼앗겼다.

오나시스는 사랑보다 명예를 원했고, 결국 명예도 사랑도 손에서 흘려보냈다.

제클린은 사랑보다 생존을 택했고, 결국 평생 잠들지 못하는 눈으로 살아갔다.


각자 다른 선택이었지만,

그 누구도 사랑으로부터 구원받지 못했다.


모두가 사랑했지만,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다!



【단상 — 사랑의 얼굴을 한 굶주림】


결핍은 사랑을 왜곡시킨다.

누군가에게서 구원, 회복, 인정, 정체성을 통째로 얻으려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굶주림이다.


굶주린 사랑은 상대를 향하지 않고,

결코 채워지지 않는 자기 자신을 향한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내 안의 결핍을 사랑의 이름으로 채우려 할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핍을 감당할 힘 없이 누군가에게 전부 걸어버리는 방식,

혹은 누군가를 이용해 내 결핍을 감추려는 방식,

그 모든 방식이 사랑을 파국으로 이끌 뿐이다.


사람은 결핍을 외부에서 메우려 할 때 가장 크게 흔들린다.

자기 기반 없이 기대는 사랑은 언제나 비극의 속도로 무너진다.


칼라스는 사랑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했고,

오나시스는 사랑으로 더 큰 자신이 되려 했고,

재클린은 사랑으로 살아남으려 했다.


그리고 우리는 보았다.

사랑은 결핍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걸.


결국,

결핍을 타인에게 던지지 않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은 누군가를 향할 힘이 생기고,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




결핍을 마주하며, 견디며…

From Zürich �~





오늘의 선곡 : 'Casta Diva' (정결한 여신) by Maria Callas

사랑에 전부를 걸었으나 끝내 사랑에게 돌아오지 못한 여자.

그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노래를 했다.

이 곡은 절규가 아니라, 품위를 지키는 방식으로 부르는 마지막 기도다.

결핍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자기 호흡으로’ 끝까지 노래하는 사람.

오늘 우리는 칼라스의 목소리로 이 이야기를 닫는다.

https://youtu.be/B-9IvuEkreI?si=yaTfzkI8pSJczt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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