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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Feb 16. 2016

<마음의 힘>을 읽고

 사람은 영적인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1977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작가 바티스트 드 파프는 영적 탐색자이자 영화제작자다. 네덜란드의 틸뷔르흐 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직후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지만 영적인 깨달음을 얻어 법조계를 완전히 떠났다. 전 세계 영적 지도자이거나 작가인 대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며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책에 실린 파울로 코엘료에 대한 놀라운 얘기.

 "그는 이미 십 대 시절에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 심지어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비정상적으로 내향적이고 집요하다고 생각하여 그를 정신병원에 4년 동안 입원시키기까지 했다.

 스무 살이 되면서 비로소 자유로워진 코엘료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법대에 진학했지만 결국 자퇴하고 세계 각지를 떠돌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작곡가와 기자로 활동했다."

 

    
   


 


 동시성이란 이런 것이다.


  "가령 내가 하는 일을 도와줬으면 하는 사람과 우연히 만나거나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전화가 걸려오는 일, 내가 하는 일과 일치하면서 유익한 요소가 되는 일, 그러면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일처럼 말이다."

 "동시성에 관해 재미있는 점은 그것에 집중하면 할수록 더 끌리고 그것을 더 자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험할 때마다 그 밑에 숨은 의미와 연결성을 보려고 반복해서 노력할수록 직관력이 기술적으로 향상된다."

 

 이런 것이 '동시성'이라면 나는 동시성에 대해 예전부터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나는 내게 무슨 신기(!)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왔다. 그것은 그냥 '좋은 기운'이라고 해두자.

 6살 무렵 혼자 놀이터에 나가 놀다 들어오는 길에 몇 번 아이스크림을 물고 들어왔다. 누가 사줬냐고 물으면 놀이터에서 동전을 주워 사 먹었다고 하니 걱정되신 어머니가 집에서 애 봐주시던 아주머니께 미행을 시키셨다.

 타박타박 집을 나와 동네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다가 철봉 주위를 기웃거리더니 이내 100원짜리 동전을 주워 슈퍼에 가더란다.

 아주머니는 집에 와 어머니에게 진짜 동전을 줍더라 얘기하셨는데 그때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웃으셨을까.

 

 그 버릇(?)은 대학 다닐 때까지 계속됐었는데, 말하자면 이런 거다.

 전철 타고 내려 다시 마을버스를 타야 하는데 차비가 모자란다. 그럼 바닥을 찾아보는 거다. 그럼 모자란 금액만큼이나 그 비슷한 금액을 줍는다.

 

 

 

 대학 때 남자 친구가 핸드폰을 바꾸면서 응모권을 받았는데 선물이 다양했다. 그중에 1,2등 상품은 관심도 안 가고 3등 상품인 워크맨이 탐이 났다. 남자 친구에게 응모권을 내가 낼 테니 3등이 되면 나를 달라고 했다. 피식 웃으며 기꺼이 내미는 응모권을 내가 써서 냈고, 며칠 뒤 신문에 내 이름이 실렸다. 3등이었다.

 남자 친구는 놀라워하며 눈이 휘둥그레 계속 웃어댔다. 실로 꽤 놀란 눈치였는데.

 가족들에게 얘기를 해 줬을 땐, 그만큼 놀라진 않았다.

 나는 이미 어릴 적부터 길거리에서 온갖 것을 주워오는 아이였으니까.

 

 아이 낳고 휴직 상태였을 땐.

 아이 물티슈를 좀 얻어야겠다 싶어 경품 신청을 해봤다. 두 박스 당첨돼서 주위에도 나눠주고 했더니 뿌듯했다.

 어. 이거 본격적으로 해볼까 싶어 찾아서 이것저것 신청해 봤는데 과연 목록도 다양하게 여러 가지가 당첨되어 40여 가지 물건을 얻어 썼다.   화장품, 뷔페식사권, 아이 내복, 아기 우유병, 프라이팬, 구두상품권, 100일 촬영권 등 다양했다.

 

 직장 다닐 때 실적이 없어 발을 동동 굴릴 때면 어김없이 지점장님이 내 방에 들어와 오늘의 실적을 채근했었다.

 나는 태연하게 대답하곤 했다. "걱정 마세요. 굴러 들어옵니다. 돈이 굴러 들어와요. 아무 걱정 마시고 기다려보세요.. "

 저 미친 것이 완전히 돌았구나 하며 자리로 돌아가시면 그 날은 뜬금없이 돈을 들고 새 손님이 오시곤 했다. 지나가다 들리셨다던가, 기존 고객이 여유자금이 생겨 상담을 하러 오신다던가.

 몇 번 '굴러들어와요, 제가 신기가 좀 있어요~ '를 경험한 지점장님은 그다음부터는 "오늘은 어떠니, 감이 오냐"며 나를 채근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와 늦게까지 영혼에 대한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사랑과 영혼처럼 영혼이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이 있을까. 영혼은 존재할까. 육신이 죽은 뒤 '나'라는 자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시험기간이었기에 중간에 대화를 접고 자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엔 계속 그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슬쩍 무서워졌다.

 내일이 시험인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돌아눕는 순간.

 윙~ 하며 무언가 돌아가는 소리!

 얼.어.붙.었.다.

 무슨 소린가.. 놀란 몸을 획 일으켜 얼른 방의 불을 켰다.

 윙~

 눈알을 굴리며 소리의 원인을 찾았다.

 CD기였다. 피아노 위에 놓인 CD기가 저 혼자 돌아가고 있었다. 영혼이 물리적인 힘으로 버튼 정도는 누를 수 있지 않을까.. 전기 스위치 정도는 너무 힘들 것 같고.. 버튼 정도는..

 대답이나 하듯 쏘니 CD기가 혼자 돌고 있었다.

 그 당시 그 기계에는 예약 버튼 같은 건 아예 없었다.

 이어폰, 건전지, CD, CD기를 완전 분리해 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무서웠다.

 

 

 작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땐 한 달가량 정신이 너무 힘들었다. 너무 예민해져서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대낮에도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내가 나인데 마치 내가 두 개로 분리된 것 같기도 하고, 나 아닌 내가 들어있는 느낌도 있었다.

 혹시 할아버지께서 못다 하신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걸까 싶기도 했다.

 마음을 다잡으며 지내다 보니 한 달 정도 뒤에는 편안해졌다.

 

 

 근데. 참. 묘하게도. 나의 '좋은 기운'은. 내가 직장생활을 함과 동시에 아주 힘이 약해졌다.  

 지긋지긋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았다. 느껴진다는 건, 뭐랄까. 예민한 기운, 기 같은 것.

 

 공지영 작가가 본인의 책에서 가끔 귀신을 본다는 얘기를 여러 번 언급했던 부분에서 왠지 모를 위안을 받았다.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글 쓰는 작가들 사이에 기가 예민하여 귀신을 목격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글에 나름 안심이 되기까지 했다.

 비록 나는 글쟁이는 아니지만 원래 예민한 사람들 사이에 있을 수도 있는 일이구나...

 또 한편은, 어쩌란 말인가 싶은 것이다.. 귀신이든 뭐든 존재한다면 내가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니 같이 지내는 방법 외에 뭘 어쩌지도 못할 일이니 말이다.

 

 

 대체로 운이 좋고, 대체로 잘 살아왔다.

 


 

     


 

"심장을 영적인 힘의 근원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단순히 신체기관으로만 바라보더라도 그것은 충분히 경이롭다."

 

 "오늘날에도 과학은 심장이 어떻게 해서 고동치기 시작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우리는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이 놀라운 생리 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 과학도 아직까지 정확히 어떻게 해서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하워드 마틴)

 

 "생애 첫 심장박동은 저절로 시작한다. 심장은 태내에서 특정한 심장세포가 형성되어 증식하는 순간부터 고동치기 시작한다. 세포들은 심장 전체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약동하며 그 세포들은 곧 일체가 되어 고동친다. 세포들이 고동치게 만드는 때는 어떤 외적 혹은 내적인 자극도 없다.

 박동은 심장 세포의 속성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씨앗에서 싹이 트고, 물과 햇빛과 바람만으로 쑥쑥 자라 나무가 된다. 나는 아직도 이 사실이 너무나 놀랍다. 이 자체가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광합성으로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물을 먹고 바람을 맞으며 자라난다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그러니까 그게 놀랍다.

 심장의 경이로움 또한 비슷한 차원에서 놀랍다.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저 박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심장은 뇌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

  감정이 생각보다 더 빠르고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심장은 뇌보다 우리 감정을 잘 반영한다."

 

 생각을 가만히 해보니 마음이 불안함을 느낄 때 심장부터 두근두근 댄다. 머리가 이성을 찾아 마음을 정리하기 전에 심장은 이미 두근두근. 심장이 정말 마음이며 내 영혼인 것일까. 영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경이롭다.

 


 


 

 마지막으로 용서.

 "우리가 용서하는 사람을 굳이 우리 인생에 되불러올 필요는 없다. 심지어 그 사람이 우리가 그를 용서했다는 사실을 알 필요도 없다. 어쩌면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나서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은 언제 해도 결코 늦지 않다."

 

 나는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두고두고 생각하고 미워하며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영혼인 심장이 불안감을 느끼며 먼저 반응하고 있었나 보다. 아직도 '용서'라는 건 내게 버겁다.

 내가 좀 더 고차원적인 영적 인간으로 가는 길이 막힌 건 어쩌면 저 용서하지 못한 심장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영적 지도자들의 얘기를 마음 활짝 열고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동시성에 대하여, 심장의 기적에 대하여,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열린 마음 말이다. 이미 세상에는 기적이 많고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존재한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듣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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