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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Aug 08. 2016

올해 안에 섹시해지기로

신랑상관없고 연애상관없고 오로지 내 기준으로의 섹시까지만


 심지어 살이 더 쪘다.

 정확히 말해 몸무게가 2킬로나 늘었다.

 그러니까. 여행을 가서 끼니마다 먹방을 하고 어떤 날은 네 끼를 다 꽉꽉 먹은 날도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해도 별 할 말은 없는 거겠지만.

 그래도 그 대신에 땀구멍이 다 열릴 정도로 그 더운 나라에서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걸어 다녔는데.

 (나는 찜질방에 가도 땀이 거의 나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모공 제대로 열렸었다)

 이건 좀 너무하다.

 나 정말 땀을 많이 흘렸는데.

 내가 먹은 음식들이 땀으로 다 나가는구나 안심마저 했었건만.

 

 

 어쩐지 바지가 좀 끼긴 했다.

 여행 다녀온 바로 다음날 남동생네가 둘째를 낳았다는 소식에 급히 옷을 입고 병원에 가려는 찰나.

 가뜩이나 옷도 별로 없는 데다

 여행 간다고 다 짊어지고 갔다가 전날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당장 갈아입을 티 한 장, 편한 바지 한벌이 없었더랬다.

 당장 가서 아기는 봐야겠고 옷은 다 땀에 쩔은 채로 여행가방 안에 있었으니.

 좀 끼긴 하지만 정장용으로 사둔 바지를 입고 가을쯤에나 입을 수 있는 좀 더운 칠부 소매 옷을 꺼냈었다.

 날씨가 더워 그랬나.. 허리 쪽이 좀 답답해서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더 답답하게 느껴지긴 했었다.

 그래도. 난 내 몸에 이렇게 살이 붙었으리라곤... 살짝 걱정은 했지만.. 진짜 쪘으리라곤.

 누굴 배신자로 몬단 말인가. 내 주둥이가 먹었는데.




 이번 여행에 다녀와서 느낀 가장 강렬한 한 가지.

 그건 참 현실적이고 슬프고 어쩌면 여행과 상관없이. 그러나 여행을 감으로 인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여행을 간다고 해서 우리 가족은 사진을 서로 찍어주고 이런 거 잘 안 한다.

 그래도 신랑은 딸아이의 사진은 좀 찍어주긴 하지만 내 사진은 거의 없고 거의 풍경사진이나 자기 기준의 어떤 순간들을 찍어댄다.

 나는 나대로 내가 좋아하는 골목이나 건물, 가끔 음식, 어쩌다가 딸아이를 찍는다.

 내 사진은 거의 찍지 않는 신랑이 어쩌다 찍힌 내 모습을 보여주곤 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짜증을 냈다.

 

 "이게 뭐야. 마누라 이쁜 모습을 찍으란 말야.. 이렇게 아무렇게나 찍어대면 나중에 다 삭제컷이 되고 만다고.

 팔도 이게 뭐야.. 팔이 좀 두껍다 싶으면 그 순간에 나에게 얘기를 해주라고.. 팔이 좀 두꺼우니 굽히지 말고 펴라든가.

 턱도 이게 뭐냐고.. 내가 어디 턱이 겹친다고 사진을 드물게 아래에서 위로 찍어서는 무슨 중년의 아줌마잖아. 이건.

 이쁘게 찍으라고 이쁘게. 나 안 같아도 되니까 슬쩍 돌아선 모습이나 옆모습이나 어두운 곳에서 분위기 있게 찍거나."

 

 신랑은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거 암만 봐도 니 모습 맞는데... "

 

 이쁜 모습을 찍으라는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

 이쁘게 찍으라고. 이쁘게. 마누라 이쁘게 보이는 순간이 없는 거야? 모르는 거야?

 

 

 

 그렇게 말은 했지만.

 실은 사진 속의 내 모습에 나 스스로 너무 실망스럽고 슬펐다.

 거기엔 정말 내 나이로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나 정말 이렇게 보이는 거야...?

 늙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젠 예전에 들었던 '동안'의 얼굴이라 주장하기에는 좀 염치가 없다.

 정말 평소에는 많이 먹지 않고 하루 두 끼 정도도 반공기씩 겨우 먹는데 지극히 움직이기 싫어하는 몸뚱이 덕분에 살이 빠지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내 몸무게는 그 통통한 채로-내 맘대로 통통- 빠지지도 않고 더 찌지도 않고 그런 상태인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아주 묘하게 조금씩 그 나이대로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다.

 아주 약간씩 티 안 나게 조금씩 30중반 이후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정말 아줌마의 모습이 되어 간다는 슬픈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열등감도 많았지만.

 이 평균이 안 되는 외모로도 씩씩하게 잘 살아왔었다.

 중학교 때부터 남자 친구도 턱턱 잘 사귀고. 고백도 많이 받고 하길래 내가 좀 귀여운 구석이 있는 건가 하기도 했었지만.

 오히려 내 친모께서 그 부분을 좀 의아해하시기도 했었다.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 솔직하시다. 직설적이시고)

 그러니까 못생기고 통통해도 나는 그럭저럭 잘 살아왔고 심지어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내 일생에 딱 한번 이였었다. 그것도 한 달 만에 5킬로를 빼고 1년 뒤에 다시 다 돌아왔지만.

 

 

 근데 내가 외모 때문에 서글퍼진 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는 아이를 낳고 모유수유를 할 때였는데. 가뜩이나 좀 큰 사이즈의 가슴이 약간 더 부풀어 커지더니-나에겐 콤플렉스였으니 함부로 가슴사이즈는 무조건 큰 게 좋을 거야 하는 편견은 깼으면 한다- 그 짧은 모유수유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람 빠진 풍선처럼 폭삭 내려앉았을 때.

 뭐랄까. 그러니까 가뜩이나 큰 편인 게 싫었는데.

 크더라도 제 자리에 잘 있으면 그럭저럭 옷빨도 그렇고 뭐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몸이었는데.

 그 '바람 빠진' 가슴이라는 건.

 한마디로 '쳐진' 가슴이 되어버리는 거다.

 순식간에! 위로 풍만했던 가슴이 아래로 처진 가슴이 되어 버리는 건 꽤 충. 격. 적. 인 일이었다.

 

 

 나는 한 번도 성형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었는데-다른 사람들의 권유는 좀 받았었다- 이 가슴만큼은 어떻게 수술로 복원을 하던지 다듬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심각하게 한 번쯤 고민도 해봤었다.

 이건 뭐랄까. '여자'로써 느끼는 서글픔 같은 거였다.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거야..라고 누가 아무리 달래줘봤자 아무 위로가 안된다.

 내 새끼도 한 달밖에 못 먹었다고.

 

 

 나 혼자 내 가슴이 슬펐다.

 남편은 정말 아무 상관없이.

 나 혼자. 내 몸이. 변한 게 서글펐다.

 그때 한번 진지하게 슬펐었고.



 이번이 두 번째!

 사진에 오랜만에 찍히기도 했지만. 예전 사진들을 보면서는 느끼지 못한 이상한 서글픔과 짜증이 있었다.

 거기엔 정말 내 나이로 보이는 내 나이의 여자가 있었다.

 나는 내 나이지만 내 나이로 보이는 게 너무 싫었다.

 주름도 없고 피부도 좋은 편인데 살이 쪄서 그런 건가.

 도무지 섹시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보이질 않는 둥글둥글 여자의 모습.

 

 여기서 말하는 '섹시'는 일반적인 의미의 섹시와는 좀 많이 다르다.

 누가 봐도 섹시한 여자의 이미지 말고. 김혜수나 뭐 가수들의 그런 도발적인 거 말고.

 내가 나 스스로 봐서 여기까지는 그래도 '여자'로 보이는걸~ 하는 딱 그 수준.

 그러니까 얼굴을 슬쩍 돌려 찍었는데 내가 아닌 듯하면서도 뭔가 좀 여자 같아 보이면서 그래도 좀 '이 정도면 괜찮잖아..'하는 나만의 느낌. 딱 고 수준.

 

 

 음. 그러니까 누군가 열심히 일하는 내 모습이나 책을 보는 내 모습이나 유머스러운 내 위트에 반해 대시를 했는데.

 그것도 연하가. (뭐 상상이니까)

 당연히 거절을 하면서.

 그 거절의 사유가 내 '두꺼운 몸뚱아리'나 '없어진 턱라인'이나 '옆구리 살' 때문이라면 얼마나 슬프냔 말이다!

 그 거절의 사유는 '내 가정을 지켜야 하고 내 남편을 사랑하므로(요건 좀 다시 생각해보자)' 여야지.. 내 하찮은 몸뚱아리 때문에 언젠가 내 허리를 잡고 날 지긋이 안거나.. 마주 보고 식사할 때 보일 두 턱이 두려워서 라면.. 아 너무 비참하다.

 그건 섹시하지 않다.

 이쁘고 날씬하고를 떠나서.

 (사실 이쁘고 날씬한 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자신감! 건강함! 섹시함! )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내가 스스로 이 정도면 살이 다 가려졌어. 뭐 날씬하다고는 못해도 두꺼워보이진 않아~

 내가 딱 이 정도면 됐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내 자신감, 자존감이 딱 걸쳐질 그 수준까지면 된다.

 그건 다른 사람에 비해 어처구니없이 낮은 편인데도 지금 그 낮은 수준보다 더 떨어져 있는 내 몸상태라니...

 

 

 이 두 번째 순간이 더 충격적인 건.

 이건 '나이듦'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어디에 내 나이의 여자들의 사진이 보이면 획 돌아 다시 보게 된다.

 이 사람 나보다 어려 보이나? 나 이 사람보다 더 들어 보이는 건 아니지?  내가 피부는 이 사람보다 낫네.. 하면서 비교 아닌 비교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나보다 이쁘냐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질 않는다.(어차피 대부분 나보다 이쁘다.)

 단지 '나이 들어 보이느냐'의 문제가 언젠가부터 슬며시 거울을 볼 때, 사진을 볼 때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 나이듦의 가장 치명타.

 살!

 나 가뜩이나 두꺼운 몸에 좌절했었는데 살이 더 쪘다니.





 매일매일 걸으며 꾸준히 살이 빠지고 있는 내 언니에게 내 결심을 발표했다.

 올해 초에도 아무 계획같은 건 세운적이 없었는데. 이번 연도가 가기 전에 꼭 이룰 목표가 생겼다고.

 

 그건 '섹시해지기'.

 

 적어도 내가 나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서글퍼지는 건 좀 문제가 많아 보이고.

 섹시해지는 첫 번째 길은 어쩔 수 없이 '살 빼기' 가 우선이다.

 살을 빼는 게 최고의 성형이고. 건강에도 좋고. 무엇보다 섹시해진다.

 섹시해진다는 건.

 턱라인이 보이고.

 쇄골이 좀 드러나고.

 옷빨이 살아나는 것.  

 나는 딱 그 정도면  된다.

 

 

 아. 영원히 내 사진을 올리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또 오해받기는 싫어서 변명을 한다.

 통통한 게 아니라 뚱뚱한 아줌마 인가 본데? 하는 소리는 듣기 싫다.

 그러니까 66 사이즈를 입지만 가끔 어쩌다 55 사이즈에서 맞는 옷도 있고.

 (내 기준에 55 사이즈를 입는 여자는 디게 날씬한 걸로 인정한다.)

 내 몸무게보다 6-7킬로는 적게 보인다.

 이쁘지는 않으나 얼굴이 작은 편이고 다리가 긴 편이다.(내 신체 유일한 장점이니까 이딴 소리했다고 손가락질하면 손가락을 확 잘라버릴테다 나 심기가 삐뚤어져있다)

 

 

 

 지금 내 외모의 나이듦에 심히 깊은 서글픔이 느껴지는 요즘이라

 이 글을 읽고 또 아무렇게나 나를 상상하는 건 더 우울해서다.

 어차피 맘대로들 상상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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