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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Nov 06. 2016

또 전세 만기인데요..

근처 오래된 아파트에선 쥐가.. 나온다네.. 요.. 


 알바를 하다 점심을 먹으러 나왔는데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임대인으로부터의 문자.

 혹시 통화 가능하시냐며 정중히 물어오는 문자였는데. 이크. 나가라는 건가.. 심란했지만.

 일을 하는 중이라 30분 후에 전화를 드리겠다고 하고 통화를 했다.

 역시나.. 내년 초 만기라 아직 기한이 꽤 남았는데 불구하고 전화를 건 이유는 본인이 이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으니 집을 알아보셔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젊은 집주인 부부도 이 주변 어딘가에 전세를 살고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나서.

 저 혹시 지금 사시는 집 전세시죠. 저희랑 맞바꾸어 사시면 안 되실지 물었더니. 그 집은 집주인이 한번 바뀌었고. 바뀌자마자 집주인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다시 집을 매매로 내놓은 상태라 했다.

 아. 어쩌나.. 또 집을 알아봐야겠구나..

 

 

 앞의 어느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이번 이사는 8번째 이사다.

 결혼을 하며 2년 전세 만기가 될 때마다 또다시 새로운 집으로 바꾸어가며 살아온 세월이 15년이다.

 그간 집이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별 재미를 못 보고 중간에 팔아버린 상태라 지금은 당연히 집이 없고. 또다시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태가 됐다.

 이사라는 것이 꼭 번잡스럽고 나쁘지만은 않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랑과 나의 직장 중간쯤에 새로운 집을 얻었었고. 이번 집이 너무 작아 수납공간이 없어 심란했다면 그다음 집은 좀 넓은 집으로. 그 전 집이 너무 낡아 마루 나무가 다 일어나 발바닥에 가시가 박혔다면 그다음 집은 좀 깨끗한 집 위주로 알아봐 옮겼다.

 너무 저층에 살면 그다음 집은 고층이었고. 너무 높아 어지러우면 다음 집은 다시 적당한 저층이었다.

 사는 동네가 완전히 바뀌기도 했고. 바로 옆에 있는 단지로 옮기기도 했는데.

 옮길 때마다 새로운 집에 살게 되는 설렘 같은 것도 있었고.

 하도 옮기다 보니 이사하는데도 도사가 되어. 신랑이 주재원으로 나가 있을 때는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본 적도 있다.


 그러하나. 이번만큼은 좀 심란했다.

 아이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길 바라 퇴직금을 엊어 좀 무리를 해서 나은 동네로 이사를 한 터였다.

 학원에 한 번도 다녀본 적 없던 아이를 학원에 적응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심란한 과정들이 있었고. 이제야 좀 적응을 해서 무난한 학원에서 무난한 정도의 수준으로 다니고 있기도 하고.

 살아왔던 동네보다 주변 편의시설도 괜찮고 단지도 깨끗해서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던 터였다.

 

 뭐 어쩔 것이냐.

 나가라면 나가야지.

 이제 전셋값도 훌쩍 올라 이사 한번 할 때마다 비용도 만만챦고.

 아이가 고학년이 되다 보니 섣불리 전학을 시키기도 맘에 걸렸다.

 우선 단지 내 시세를 알아보니 또다시 어마어마 금액은 올라있고. 그나마 전세는 잘 없고 반전세나 월세 위주란다.

 집을 사자니 꼭지인 것 같고.(살 수도 없다. 엄청 비싸다..)

 우리 부부는 2년마다 껑충 뛴 전셋값을 보며 '이거 미친 거 아냐. 이게 말이 되는 가격이냐..'하며 매년 알뜰히 모아 온 목돈을 얹어 집을 얻어온 터였다.

 물론. 그 중간에. 한 번이라도. 아냐. 이건 타당한 가격일 거야. 이제라도 집을 사서 안정적으로 살자..라고 다짐했다면 어딘가에 정착해서 살고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어리석었던 우리는 그 모든 가격을 '미친 가격'이라고만 욕하며 받아들이지 못하고 15년째 전세 세입자 신세이다.

 

 

 아이를 전학시키는 게 맘에 걸리고. 다니는 학원에도 잘 적응하고 있어 주변 단지로 눈을 돌렸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도 수리를 한 집들이 많다고 하니 괜찮겠지 하며 동네 카페를 뒤지며 아파트 평을 읽었다.

 혹시라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바퀴벌레가 나오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부동산에 물어본다 한들 명쾌하게 벌레 여부를 밝혀줄 리가 없을 것 같아-샅샅이 댓글까지 쭉 읽어보았다.

 

 

 아... 그러나.. 나는 정말 당황했다.

 진심으로 꽤 오랜만에 꽤 우울했고.

 집 없는 설움이 처음으로-그동안은 뭐 설움까지 느끼지는 못했는 모양이다-내 가슴을 때렸다.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있는, 전학을 시키지 않을 아파트 단지는 하나같이 30년이 넘은 아파트들인데-물론 전셋값은 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그중에 딱 점찍은 아파트에서 살다 나오신 분의 글을 보다 정말 꽥 소리를 지를뻔했다.

 이 분은 어린 아기를 기르는 중에 그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를 간 모양이었는데.

 어느 날 천정 전등 근처에서 쥐... 를 만났다는..


 아파트에서 쥐가????

 헉.

 믿기지 않는 사실에 댓글을 달아 물어보니.

 정말 쥐가 나와서 당장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도망쳤고 그대로 이사를 나왔다고 했다.

 

 아. 정말이지.

 벌레만 나와도 소리소리 지르며 난리가 날 판인데.

 쥐라니.

 아무리 오래된 아파트여도 쥐라니.

 아니. 도대체 쥐가 나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나는 그대로 멘붕이 왔고.

 우울해졌다.

 이건 벌레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오래된 아파트의 모든 집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그 단지에 종종 그런 문제가 발생했던 모양이었다.

 

 

 네이버에 아파트 쥐.로 검색을 하면.

 놀랍게도 꽤 많은 경험담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중 오래된 아파트가 대부분인 듯했고.

 어디서 출몰을 하나 했더니.

 변기를 통해 들어왔다는. 혹은 부엌 싱크대 하수구를 타고..

 그리하여 변기를 드러내고 하수구 구멍에 뭔가 트랩 같은 거를 설치하는 사진을 올린 이들도 있었고.

 그 쥐가 작은 강아지 만했다..라는 둥 온갖 끔찍하고 심란한 얘기들이 나를 괴롭혔다.

 


 글을 쓰면서도 참 심란하고 괴롭다.

 이왕이면 좀 깨끗하고 오래되지 않은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아이를 전학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아파트들은 올라도 너무 올라 그 가격을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다.

 그간은 맞벌이를 하며 2년 동안 꼬박 모은 우리의 목돈을 얹어 버틸 수 있었고. 또 어느 해엔가는 그 돈으로도 모자라 집주인을 붙잡고 부탁을 하며 가격을 깎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벌이 신랑의 월급으로 모아 놓은 돈으로는 그 가격을 감당하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건 좀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거진 15년 맞벌이를 해서 벌어 놓은 돈으로 이 평범한 동네에 집 한 채 전셋값을 감당 못한다는 건. 정말 좀 이상한 거 아닌가.

 부모에게 받은 거 없고 결혼 당시 신랑 빚도 있고 그랬지만. 낭비 없이 사치 없이 악착같이 모아 쌓아 온 우리의 소중한 재산이 고작 이 정도라는 게 정말이지.. 소주 한잔 빨며 하늘이라도 원망하고 싶은 기분이다.(는 조금 오버일지도 모르겠지만. 다 힘드니까요. 뭐.)

 

 

 내일은 다시 출근이고.

 알바라도 열심히 해서 이사비용이라도 벌어놔야겠다.

 아르바이트한다고 붕 떠서 폼나게 신랑 양복도 사주고 코트도 사주고 했는데. 신랑이 슬그머니 그런다.

 "옷 환불할까 봐.. "

 간만에. 정말 간만에 코트 같은 코트를 사줘서. 좀 양복 같은 양복 사줘서 나도 기분이 썩 좋았었다.

 당장 이번 달에 이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좀 맘을 가다듬고 차분히 동네를 뒤지면 우리 가족 살 만한 깨끗하고 적당한 집이 또 나타날 것이다.

 

 

 집도 없다며 기죽어 있는 신랑 옆에서. '공항 가는 길'을 보며 내 '쏘울 메이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설레발을 떨었더니 괜히 또 삐쳐서 짜증을 낸다.

 저 모지란 인간은 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집이 없어서 마누라가 무시하는 거라고.

 에효. 정말 무시하고 싶은 인간 같으니라고..

 

 

 저 모지란 인간을 데리고.

 내 분신 같은 딸을 데리고.

 알콩달콩 살만한 집을.

 내일부터 열심히 찾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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