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좋은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수 Nov 07. 2016

그럴 때 있으시죠?

예. 저도 그래요...


 김제동 씨가 책을 내길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 잠깐 들린 서점에 김제동 씨의 얼굴이 찍힌 노란 책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에 책을 집어 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엔 좀 가벼운 에세이 형식의 글들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그간 마음고생했던 일, 여러 가지 생각들, 지질하게 무서운 와중에도 소신 있게 할 말 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담고 있었다.

 반가웠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으려다 조용히 책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제가 12월 26일에 집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요.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중에 운전하시던 아버님이 저를 알아보신 것 같아요. 슬며시 미터기를 끄시더라고요. "왜 끄시냐"라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묻지 말고 가만히 계시라, 영업용 택시니까 여기까지 나온 요금만 받겠다"라고 하시면서 "살면서 김제동 씨에게 고마운 일이 많았어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을 거예요"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가는 내내 굉장히 고맙고 울컥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내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아버님이 말씀하신 요금 5,500원만 드리고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아버님이 "부담 갖지 마세요. 성탄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니까 흰 눈이 펑펑 왔어요. 가는 택시를 바라보며 아버님 뒷모습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성탄선물을 받은 기분이었고, 뭔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큰 기쁨을 누렸던 성탄이었습니다.

 마음이 전달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의 변치 않는 마음을 확인하는 것,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깊은 기도를 확인하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도 제동 오빠한테 밥 한 끼 사드린다는 기분으로 책을 사들었다.

 그는 좀 용기 있는 사람 같다. 매사 바르게 살아야 할 것 같은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 와중에 무섭기도 하고. 어머니한테도 죄송해한다.

 그 때문에 정신상 담도 받고. 또 그러는 중에 하고 싶은 얘기들을. 우리들이 하고 싶은 얘기들을 속 시원히 대신해준다.

 나는 솔직히.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또는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가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저 소심하게. 세상 무서워 바들거리며 살지만.

 그래도 한번 만나면. 따뜻하게 포옹 한번 해주고. 맛있는 밥 한 끼는 사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책을 읽다 존경하게 된 법륜 스님.

 화면에서의 인상은 영 별로였는데 역시 책을 읽다 인정하게 된 유시민 님.

 좋아하는 만화작가 중 강풀.

 그리고.. 그저 정말 '잘. 생. 겨. 서' 좋아하는 손석희 님.

 이렇게 '무조건' 믿고 보는 몇 명이 있는데. 김제동 씨랑 다 친하시단다.

 나는 그저 각각의 분들을 따로따로 좋아하게 된 거였는데 언제 자기네들끼리 친해졌지..

 


 책 속에서 할 말 좀 했으니.

 맘 좀 후련해졌으면 좋겠어요. 제동 씨.

 책 재미나게 잘 읽었고 수고하셨어요.

 잘 알겠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외롭지 마시고.

 힘내시고요.

 저는 그저 팬입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여자는 허벅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