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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Apr 30. 2016

<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이 언니 완전 좋아.


 다나베 세이코는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며 1928년생(이시니 현재는 할머니. 혹은 왕언니)이다.

 최근 상영되고 있는 영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비롯하여 여러 소설과 사회풍자적 에세이를 정력적으로 써냈다고 한다.

 현재는 연세가 좀 있으셔서.

 최근 10년간에는 별다른 작품을 내놓지는 않았다고 하니 부디 건강하시기를.


 

 이 책은 그녀가 70년대에 잡지 <슈칸분슌>에 연재한 글들 중에 반응이 뜨거웠던 글을 편집하여 내놓은 책이라 한다.

 남녀의 습성에 대한 집요한 통찰력과 폭넓은 지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낸 책인데.(주로 성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오호. 과연 그 당시에 이런 글을 잡지에 실어도 괜찮았던 거야? 하며 실로 뜨악하게 만들 만큼. 꽤나 솔직하고. 또한 통쾌하다.

 이 할머님. 정말 그 당시 이런 생각을 당당하게 글로 써냈다니 정말 대단하시군요~라고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런 책은... 글쎄.. 지금 나와 있는 책 중에 이런 정도의 글이 있을까요..

 <태도에 관하여>를 쓴 임경선 작가나.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을 쓴 연애칼럼니스트 곽정은 작가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녀들도 꽤나 솔직하고 대담한 글을 쓰는 작가인데.

  이 왕언니(다나베 세이코) 도대체 -아무리 일본이라고 하나- 그 당시 이런 글을 쓰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작가로서의 인정도 받았다니. 참 대단한 분이신 듯. 

 

 

 고전문학 번역에서 평전 집필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고 하시나.

 나는 그런 것들에는 솔직히 관심이 안 가고.

 이 분은 단연 에세이가 최고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에쿠니 가오리, 오가와 요코, 와타야 리사 등 후배 작가들과 여성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한다.




 1971년부터 1990년까지 20여 년에 걸쳐 주간지 <슈칸분슌>에 칼럼을 연재했다고 하는데.

 오. 과연 이 기간만으로도 정말 대. 단. 하. 단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소제목들 중에 보자면.

 

 -조물락거리는 여자

 -남자의 욕망

 -여자의 성욕

 -음풍

 -식구와 섹스

 -외설의 냄새

 -명기, 명검

 -여자는 허벅지

 -침소 사퇴식

 -뒷마무리

 

 등. 다소 '쎈' 제목이 많고. 내용도 '쎈데'. 절대 천박하거나 가볍지 않다.



 

 그중 '여자의 3대 쇼크'에 대해 그녀의 낮술 친구인 가모카아저씨와 얘기하는 부분이 재밌었다. 

(이 아저씨는 자주 그녀에게 "술 먹고 놉시다아아아아" 하며 찾아와 같이 술을 먹으며 여자와 남자에 대해 대화를 한다.)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의 3대 쇼크란.

  초경, 첫 경험, 출산.


  여기에 참 여자를 모른다며 다시 우리의 왕언니가 얘기한 여자의 3대 쇼크는.


 1. 우선은 성에 대한 지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소녀가 처음 성적 지식을 접했을 때의 쇼크는 엄청나다며. (그렇.. 죠.. 근데. 그게 언제였는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생각조차 나질 않네요.)

2. 결혼 생활(동거가 아닌). 이 쇼크는 아주 질기고 은근하다고. (과연 그렇죠!) 

 이에 비하면 첫 경험 따위는 벼룩에 물린 정도라네요.. 하하.

3. 얼굴의 늙음.(!!!)

 출산과 비교할 수 없는 쇼크라는 그녀의 얘기에 동감하는. 이 슬픈.. 쇼크상태의 여자. 기미, 주름, 흰머리.. 이런 것들은 정말 쇼크다! (음. 저는 아직 기미는 그럭저럭. 주름도 그럭저럭 입니다만. 한가닥 보였던 첫 흰머리는 정말.. 믿어지지가 않았던.. 엄청난 충격이었죠.)


  음. 언니 말씀하시는 족족 시원하고 공감되고 재밌다.

  저 술친구 아저씨와 싸우는 듯 티격태격하는 대화도 참 재미난데.

  저 남자가 실은. 재혼한 남편이었다네요.. 하하.





 아참. 이 책 89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었는데.

 

 "요즘 슈칸분슌 잘 보고 있습니다. 허허. 허허허허.... "

 

 내가 얼마 전에 쓴 글에 "허허. 허허허허허." 라고 쓴 부분이 있었거던.

 나 또 혼자 설레발 떨면서.

 어머, 언니! 했다는 거 아닙니까. (물론. 누군가가 저리 번역을 한 거겠지만.)




 나는 이런 에세이가 좋다.


 말랑한 에세이 말고.

 인생 좀 살아봐서.

 내공도 좀 쌓여 있고.

 다소 좀 쎈.

 인생선배가 술술 시원하게 써 내려간 솔직한 얘기!

 

 

 나도 좀 더 솔직하게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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