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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Jun 27. 2017

마음 가는 대로 살기

나무사랑 진행 중. 


 한 달 전쯤.

 무섭게 살이 오르는 딸아이를 내가 너무 방임하고만 있는 것 같아 맘을 굳세게 먹고 딸아이와 줄넘기를 하러 나갔었다.

 첫날에 300개를 뛰고 나니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둘째 날에 500개, 그다음 날 600개 차츰 개수를 늘려가며 뿌듯해하고 있던 찰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는데 무릎이 휘청 꺾이며 무리가 왔다.

 괜찮아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건만 여러 날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됐었다.

 

 그렇다면. 요가를 하자!

 예전에 한 달쯤 요가를 배우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다른 이들이 어찌나 몸매들이 좋으시고 맵시가 좋으신지.

 가기 전에 혹시 모를 냄새를 지우기 위해 샤워를 하고 사람처럼 옷을 입고.

 운동 뒤에 다시 와서 땀을 씻어내야 하는 게 귀찮고 성가셔서.

 운동 자체는 내게 잘 맞는 것 같았으나 때려치운 적이 있었다.

 가기 전 샤워. 운동 후 샤워. 이걸 안 하려면.

 집에서 하면 되겠구나!

 아이를 시켜 동영상을 찾아 달라 했더니 그 유명한 옥주현의 다이어트 요가를 찾아냈다.

 처음에야 부들거리며 제대로 해내는 동작이 없었지만.

 이것도 차차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의 동작을 제 시간만큼 버틸 수 있게 되었다.

 단. 딸아이는 지 적성에 안 맞는다며 진작에 때려치워버렸고 나 혼자 꽤 성실히 해나가고 있었는데.

 아. 일주일이 좀 지났을까.

 아침에 일어나는데 다리 뒤 근육이 꽉 뭉치면서 불편한 통증이 느껴졌다.

 유인원처럼 다리를 약간 구부린 채로 어그적거리며 걸어 다니는 꼴이 되었다.

 그 통증은 무릎 통증보다 더 거슬려서 우선 운동을 좀 멈추자 단박에 결정을 내렸고.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고 있다.

 

 공방에 나가 목수 일을 배우며 초기에 어깨 쪽 근육이 뭉치고 아프긴 했었다.

 갑작스러운 노동으로 근육이 놀라서 그런 거니 차차 나아지겠지 했었지 병원에 가 볼 생각까지는 못했다.

 실제로 차차 나아지긴 했지만 아주 개운하게 없어지지는 않은 채로 지내고 있다.

 그 여파로 목이 양쪽 도리도리가 좀 힘겹고. 어깨는 여전히 뻐근하다.

 

 줄넘기로 무릎에 무리가 간 부분의 통증은 다행히 거의 사라졌다.

 요가로 인해 뭉친 뒷다리 근육은 좀 거슬리는 정도.

 

 

 그러니까 나는 이제 진심으로 인정을 하겠다.

 나는 나이 들었다.

 나는 좀 늙고 있나 보다.

 살이 쪄서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이가 든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들어 나이 들어 보인 것이다.

 여기서 무리해서 살을 뺀다한들 생생하게 어려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없던 주름마저 등장해 쪼글거리는 피부마저 얹어질지 모를 일이다.

 나는 지금 딱 내 나이로 보이는 아줌마가 되어 있다.


 



 하지만 내 나이 60이 되어서도 뭔가 일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바람대로 그 일은 몸을 움직여하는 일이면 좋겠고. 그건 '쓸모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혹시 목수가 되어 가구를 만들고 있다면 그 가구는 실생활에 쓰이는.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

 디자인 근사해서 두고 보기만 하는 장식품 말고 딱 필요한 공간에 자리 잡고 앉아 요긴하게 쓰이는 가구.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어깨 통증쯤이야 얼마든지 감수하고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목공방 과정이 끝나고. 한 달을 더 자유 제작반으로 등록해 작업을 하고 있다.

 과정 중에 채 끝내지 못한 동기들도 6-7명쯤 같이 남아 작업을 하고 있고 여전히 토일 주말반이다.

 한 개의 가구를 만들어내는 코스였지만 나는 두 개를 만들었고. 지금은 세 개째 가구를 만들고 있다.

 마지막 남은 나무를 박박 모아 2인용 탁자를 만드는데 이젠 거의 마감 단계다.

다리도 거의 했는데 사진이 이것 뿐이다.


 마루에 놓을 테이블 탁자.

 역시 마루 한편에 놓아 책을 꽂을 사다리 책장.

 자리 좁은 부엌에 놓을 2인용 탁자.

 모두 당장 필요한 것들이었고 세 개의 가구가 이번 주면 모두 완성이 될 것이다.

 한 번에 실어 나르려고 아직 공방에 두고 왔는데.

 지난번 공방 프리마켓 행사에서 작은 작품들을 놓을 거치대로 쓰이기도 했다.

 혹시 써도 될까요.. 카톡이 왔길래.

 아 그럼요. 쓰세요쓰세요. 기꺼이 영광스럽게 오케이.

 

 

 이제 본격적으로 날씨가 더워지는 7월엔 공방 작업을 하기 힘들다고들 선배들이 말씀하셔서.

 한여름엔 수업을 듣거나 자유 제작반을 등록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집에서 하자니 공간이 마땅찮아 억지로 몇 번의 시도를 해보다 이내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내 김치다라이 작업실.. 동기들한테 보여줬더니 다들 호탕하게 비웃었다...


 관심사가 이쪽으로 쏠리다 보니. 요즘엔 서점 가면 목공 책들을 두세권 찾아 자리를 잡는다.

 몇 권은 사서 갖고 있기도 하지만. 칼라 사진이 들어간 책이라 가격이 만만찮아 한 권씩 찬찬히 보고 오기로 맘을 바꿔먹었다.

 내가 가는 서점은 자그마해서 목공 관련 책들이 5-6권 정도밖에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웠는데.

 내가 맨날 가서 목공 관련 책을 조회하며 찾아봐서 그랬던지 어쩐 건지(정말?) 차차 꽂혀있는 책들이 많아져서 이젠 15권 정도 된다.

 책을 보다 보면 배웠던 부분이 생각나 복습이 되기도 하고.

 궁금했던 부분의 요령을 터득해 볼 수도 있다.

 탐나는 기계들의 가격도 알 수 있고.

 무엇보다도 나와 같은 것에 관심을 갖고 매진한 고수들의 솜씨에 감탄을 하게 된다.

 특히 일본목수가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나오는 부분에선 머리를 꾸벅 숙여 절을 하고픈 맘이 된다.

 


 어느 날엔 배낭을 들쳐 메고 목공 기구를 판다는 오래된 가게를 찾아 종로 5가에 갔는데.

 동기 누구의 말대로. 처음엔 너무 조그마한 가게라 한번 놀라고.

 들어가선 오밀조밀 끝없이 나오는 공구들에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입을 헤 벌리고 구경을 하는데.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이 모르겠으면 물어보라 하셔서 조언을 구한 뒤 몇 가지를 장만해 왔다.

 알고 봤더니 안쪽에서 가게일을 돕던 이쁘신 따님이 나와 같은 공방 출신이시라며 가격을 많이 깎아 주셨다.

 아버지 가게를 돕자니 나무에 대해서도 알아야겠다 싶어서 배우셨다고 하는데.

 아. 그 기수들 여럿 다녀가셨어요.. 유난히 열정적 기수네요.. 하셔서 마주 보고 기분 좋게 웃었다.



 

 지난 주말엔 새로 생긴 쇼핑센터에 구경을 갔었는데.

 우연히 정말 우연히 지나가다 이 가게가 들어온 것을 보고 소리쳤었다.

 오. 이곳은 천국이구랴!


 내가 허둥거리며 정신없이 구경을 하자.

 와이셔츠 사러 갔던 신랑이 돌아와 나를 가게에서 끄집어냈다.

 사실 지난번 덕영상사에 가서 클램프, 조각도, 작은 톱, 목공 본드 등을 사 왔었지만 집에서 작업하기가 쉽지 않아 아이 목걸이용으로 작은 하트 한 개와 숟가락 한 개 정도를 파다 만 실정이다.

 더 이상의 공구들을 사 와봤자 지금 당장은 쓸 수가 없다.



 전문가 과정이 1년 코스로 있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평일중 3-4일을 종일 공방에서 보내야 하고 수업료도 만만치 않다.

 뭐든 열정적으로 배웠다가 쉽게 식어버리던 내가 계속 나무 타령을 하며 돌아당기자.

 신랑도 말로는 해보라고 하는데 혹시 진짜 시작할까 봐 겁내 하는 눈치다.

 

 여보. 나 유학 보낸다 생각하고 1년 코스 멋지게 끊어주면 안 될까나...

 허허 웃어대는데 눈빛이 허공에 가 있다.


 

여보.. 나 저런거 갖고 싶어...


 목수 관련 카페 가입도 두 군데 했다.

 목수들의 얘기를 듣고 솜씨들을 볼 수 있어 흥미롭고 재밌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목수들의 고충도 접해볼 수 있고.

 멋진 여자 목수도 드물게 발견!


 


 우유부단하고 성실하지 못한 내 열정이 언제까지 거기에 꽂혀있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관심이 가니까 가는 대로 이 시간 동안엔 열심히 보고 배우고 익혀두자.. 정도다.

 어차피 지금은 아주 초짜에 시작하는 단계이니 지금 당장 목수로 뭔가를 이뤄낼 수도 없다.

 

 지난주 시댁에 내려가 만난 동서가 뜬금없이 공방을 차렸다고 해서 깜짝 놀랐었다.

 본인은 금속공예를 전공했고 여동생이 도예를 전공했어서 의기투합해서 멋지게 뚱땅뚱땅 동네에 공방을 차린 것이다.

 오랫동안 액세서리 장사를 해왔어서 기본적인 인테리어 지식이 풍부한 데다가 눈썰미 좋고 세련된 사람이라 공방 또한 깔끔하고 딱 부러졌다.

 도자기와 반지 만들기 등의 수업뿐만 아니라 아는 목수를 초청해 도마 만들기 수업시간도 개설했고. 직물 관련 수업도 신청을 받는단다.

 평소 장사에 도움이 될까 싶어 사진도 좀 배워뒀다는데 그게 블로그 운영에 톡톡히 도움을 주는 것 같았고. 공방 앞 설치된 대형 사진도 직접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출력한 거라는데. 오. 멋졌다.

 오픈식 날 행사에 준비된 다과와 꽃 사진을 보니 과연 자매의 감각에 엄지 척!

 

 

 모르는 게 아직 너무 많다.

 생각해보니. 공방을 차리려 해도.

 적절한 장소도 볼 줄 알아야 할 테고.(부동산 공부 중입니다..)

 인테리어도 보고 다니면서 감각도 키워야 하며. (싸돌아다니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가게 블로그 운영도 하려면 사진도 좀 찍을 줄 알아야 할 테고.(요거 수업 찾고 있고)

 가구 스케치를 제대로 하려면 캐드도 다를 수 있어야 한다.(책 보고 며칠 하다 보면 필요한 부분은 습득이 된다 한다. 동기 중에 컴 잘 다루시는 분들이 많아 힌트를 얻어가고 있다)

 작업을 잘하는 목수보다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도 하던데...(작업 잘 하는 목수가 사업 잘하는 건 아니라는)

 요즘 목공방+커피전문점 형식으로 된 가게도 유행한다는데.. 오.. 좋은 생각이야.. 하는 순간. 오. 커피도 배워둬야겠군..(요거는 수업 찾아냈다!)

 

 

 괜찮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초조해하지도 않기로 했다.

 그저 가만히 멈춰있지만은 말고.

 계속 움직이고 공부하고 보러 다니면서.

 이것저것 뭐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습득해두기로 한다.

 

 

 내가 나이 든 것은 맞는데.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다.

 나이 60쯤에 장인이 되어 있다면.

 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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